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트랙’(track)은 동사로 ‘추적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입니다. 그래서 진행형인 ‘트래킹’(tracking)은 주로 ‘추적의 상태’를 나타내는 뜻으로 문장에서 활용됩니다. 트래킹은 영화 용어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동차나 레일을 이용해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찍은 장면을 ‘트래킹 쇼트’(tracking shot)라고 합니다.
카메라가 피사체를 향해 접근해 들어가는 것을 트랙 인(혹은 달리 인), 피사체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트랙 아웃(달리 아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메라가 어떤 수단에 의해 움직이는 모든 쇼트를 통칭해 ‘트래킹 쇼트’라고 합니다. 그 수단이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이동차나 레일이 될 수도 있고 자동차나 지하철, 기차일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가 크레인에 의해 움직이는 쇼트는 특별히 ‘크레인 쇼트’(crane shot)라고 부르는데, ‘공중 트래킹 쇼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크레인 쇼트는 카메라가 공중에서 공간을 가르며 피사체를 포착하는 앵글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극적인 운동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책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의 저자 수잔 헤이워드는 “트래킹의 속도는 빠르거나 느리게 조절될 수 있다. 트래킹 속도에 따라 이 쇼트들이 내포하는 의미는 달라진다”며 “극단적으로 느린 경우는 꿈이나 황홀감 같은 것을 나타내며, 반대로 굉장히 빠른 경우는 당황함, 또는 두려움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움직이는 쇼트’로서 트래킹 쇼트는 장면에 풍부한 공간감과 운동감, 시각적 변화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관객에게 시간이 보다 더 길게 지속되는 느낌을 줍니다. 트래킹 쇼트는 정적인 카메라가 제공하는 안정감과 질서 대신 불안정성을 느끼게 하므로 생명력, 유동성, 무질서 등의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이어 저자는 “트래킹 쇼트는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으며, 쇼트 내에서 등장인물이 프레이밍되는 방식에 따라 특정한 의미를 띠게 된다”며 “예를 들면 카메라가 한 인물을 프레임의 어느 한쪽 끝으로 밀어 붙인다면, 그것은 그 인물을 속박하거나 감금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의 후반부 장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내달리는 혜원(김태리)의 모습을 카메라는 트래킹 쇼트로 포착합니다. 카메라는 달리는 혜원을 멀리서, 옆에서, 앞에서 바라보며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합니다.
주목할 점은 이 신의 마지막에서 카메라가 혜원을 트랙 아웃(피사체로부터 멀어지는 쇼트)으로 포착한다는 것입니다. 줄곧 혜원의 움직임과 함께한 카메라가 마지막에 그녀를 굳이 트랙 아웃으로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틀 포레스트>는 임용시험에 실패한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와 다시, 새롭게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늘 혜원의 움직임과 함께하며 그녀를 곁에서 지켜줍니다. 하지만 이 신의 마지막에서 카메라가 혜원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이제 그녀를 놓아주려는 카메라의 태도와 맞물려 있습니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먹이를 물어다주지 않고 스스로 사냥하게 만드는 어미 물총새처럼 말이죠.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감독은 이제 카메라가 혜원을 지근거리에서 돌볼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트래킹 쇼트의 미학은 ‘역동성’에 있습니다. 역동성은 문자 그대로 힘차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성질을 뜻합니다. 카메라가 피사체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고정된 상태로 바라보느냐는 상당한 의미 차이를 발생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