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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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うなぎ : Unagi, The Eel / 1997)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출연 : 야쿠쇼 코지, 시미즈 미사 등
은유적인 영화다. 보는 내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담지체가 남자 주인공인 '야마시타'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글을 찾아보니 그런 해석이 많았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이 겪었던 극심한 경기 침체를 우나기(민물장어)를 통해 우화적으로 표현한 영화라고나 할까. 이와 함께 동북아시아의 패권이 한국과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대한 일본의 불안을 엿볼 수 있다(영화에는 서울올림픽으로 인한 한국의 경제 호황에 관한 광고가 나온다). 그것을 '남성성의 상실'과 연결하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인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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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徐福, SEOBOK, 2019)
감독 : 이용주
출연 : 공유, 박보검, 조우진 등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와 마크 로마넥의 <네버 렛 미 고>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 영화들에 비하면 <서복>은 상당히 미진한 결과물이다. 의미심장한 질문만 정처 없이 떠다닌다.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과 <건축학 개론>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번 영화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특히 복제인간이 초능력을 쓴다는 설정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내가 캐치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데) 서복이 인류의 생명 연장을 위한 도구로 만들어졌다면, 굳이 초능력까지 탑재할 필요가 있었을까.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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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감독 : 제임스 마쉬
출연 : 에디 레드메인, 펠리시티 존스 등
개편한 라디오 첫 방송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표면적으로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삶이란 무엇이고, 생명이 있는 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영화의 원제는 '모든 것의 이론'이다. 이렇게 제목을 붙이면 볼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국내 개봉하면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는 이 영화로 서른두 살이라는 나이에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감독의 영화라기보다는 배우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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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Mandara, 1981)
감독 : 임권택
출연 : 전무송, 안성기 등
착실한 수도승 법운(안성기)이 자유분방한 파계승 지산(전무송)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얘기다. 김성동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검색해보니 결말에 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개정되기 전 소설에서는 법운이 피안, 그러니까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차표를 찢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개정판에서는 법운이 속세가 아닌 피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그 사이에 영화가 개봉했는데, 영화는 개정판과 마찬가지로 법운이 피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으로 끝난다. 구도에는 경계가 없음을 뜻하고 싶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