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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May 15. 2021

마루 밑 가버나움

최근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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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Capharnaum, Capernaum, 2018)

감독 : 나딘 라바키

출연 : 자인 알 라피아,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등


난민을 소재로 한 영화다.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배우들 대부분이 영화 속 내용처럼 실제 난민이고, 감독이 길거리에서 직접 캐스팅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된(혹은 진실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필성 감독의 말처럼 나는 극영화에서 그런 연출이 지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때때로 영화 안팎에서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자인은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가난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든 모습을 번갈아 연기한다. 어쩌면 그 낙차가 이 영화의 핵심적 이미지가 아닐까. 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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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감독 : 린 램지

출연 :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등


아들을 낳았다. 길러 놓고 보니 그가 '살인마'였다. 그래서 엄마가 불쌍하다. 이런 식으로 재단하면 영화가 굉장히 납작해진다. 신형철 평론가의 글(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0784)에서 지적되었듯이, 아들의 입장이 돼 '자신을 원하지 않았던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플래시백이 굉장히 감각적으로 사용되며, 꿈과 현실을 오가는 편집도 능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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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The Borrowers, 2010)

감독 :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목소리 출연 : 시다 미라이, 카미키 류노스케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왜냐하면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인국 세계에서도 '주거 불안'의 문제가 가장 큰 화두라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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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A Taxi Driver, 2017)

감독 : 장훈

출연 :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가장 걸리는 것은 이미 많은 평자가 지적한 것처럼 후반부 카체이싱 장면이다. 그걸 드러내고, 악인 캐릭터를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일 라디오에서 다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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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 스플래쉬>(A Bigger Splash, 2015)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틸다 스윈튼, 랄프 파인즈,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욕망이 춤추고 뒤엉키는 것을 포착한다. 영화의 가장 큰 사건 이후, 직부감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줌아웃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관객의 입장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이 가장 크게 인지되는 순간이다. 관객을 향한 아주 오묘하면서도 감각적인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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