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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Aug 07. 2022

이상한 비상선언

최근에 본 영화들 /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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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2022)

감독 : 김한민

출연 :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등


왜군의 시선으로 본 '이순신'과 '한산도 대첩'이라고 어떤 평자가 말했는데, 잘 모르겠다. 임진왜란을 다룬 여느 영화나 드라마들에 비해선 왜군의 시선과 입장, 형상이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에 없던 연출이라거나 영화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라고 하기엔 조금 밋밋하다. 모두가 얘기하는 것처럼 이순신의 절제된 액션이 돋보인 영화다. 이순신은 용장이 아니라 지장에 가까웠으니까. 이순신 역할을 맡은 박해일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영화가 끝나도 스크린 바깥에서 은은하게,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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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2022)

감독 : 한재림

출연 :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등


테러범인 임시완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시점까지는 빼어난 재난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후 영화는 이상한 신파와 위험한 액션에 기댄다. 가령 송강호가 백신 효과 검증을 위해 의료진을 총으로 겁박하며 스스로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설정은 신파는 둘째 치고, 상식적으로도 잘 납득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국제항공법을 잘 모르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착륙을 불허하고 특히 자위대가 민간 항공기에 경고 사격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과잉적 연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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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2022)

감독 : 이일하

출연 : 모지민 등


책 '퀴어 이론 산책하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는 인식 가능성의 규제적인 매트릭스 안에 안전하게 포섭되지 않음으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실존이 위협받는 위치에 놓이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이러한 위치가 그 매트릭스에 대항하는 비판적인 관점을 가능케 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모지민은 폭압적인 규범과 구조에 맞서서 자신의 존재를 고고하게 뽐낼 줄 아는 사람이다. 품위를 잃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지 숙고하게 하는 영화는 언제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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