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Oct 30. 2022

큰 매력이 없는 어중간한 영화

영화 <자백>(2022)


소지섭 씨는 불륜남인 '유민호'라는 캐릭터를 맡았는데요. 의문의 사람으로부터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습니다. 그 사람은 비밀 유지 조건으로 10억을 내놓으라고 해요. 둘은 한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소지섭 씨가 괴한에게 습격당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소지섭 씨의 불륜녀인 '김세희'라는 인물은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이 역할을 나나 씨가 맡았어요. 또 이 사건에서 유민호 씨의 변론을 담당한 변호사 ‘양신애’ 역할을 김윤진 씨가 맡았습니다. 불륜 사건이 가미된 범죄영화라고 할 수 있죠.


살인 사건에 휘말린 소지섭 씨와 그의 변호를 맡은 김윤진 씨의 대화가 이 영화의 주된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뢰인과 변호인과의 묘한 기싸움이 관람 포인트인 영화죠. 김윤진 씨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솔직하게 사건의 진실이나 정황을 말해줘야 법정에서 제대로 된 변호를 할 수 있는데, 소지섭 씨가 계속 거짓말을 섞어가면서 이야기해요. 의뢰인은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고, 변호인은 왜 그렇게 끈질기게 진실을 탐문하는지가 이 영화의 반전적 재미입니다.


범죄영화는 액션이 화려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범죄가 벌어지는 상황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라면 주인공의 액션 등이 장르적인 재미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범죄영화인데 액션이 거의 없는 경우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전자를 ‘몸의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면, 후자는 ‘말의 액션’인 거죠. <자백>은 말의 액션이 두드러지는 범죄영화입니다.


김윤진 씨와 소지섭 씨 모두 영화에서 제 몫을 해냅니다. 영화 말미에 김윤진 씨가 소지섭 씨의 자백을 듣고 감정적 동요를 보이는 순간이 나오는데요.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는 일도 하지만 반대로 극악무도한 살인자를 변호하기도 하잖아요. 그게 변호사의 직업적 숙명과도 같은 건데, 김윤진 씨는 변호사가 처한 딜레마를 아주 입체적인 표정으로 보여줍니다. 소지섭 씨 역시 마지막에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굉장히 기괴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연기 역시 인상에 남네요.


영화 곳곳에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을 플래시백으로 재구성하는 작법의 영화입니다. 소지섭 씨가 처음에 거짓으로 진술하는 사건의 개요와 김윤진 씨가 변론을 위해 재구성한 사건의 개요가 회상 장면으로 펼쳐지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짜 맞추는 그런 재미가 있는 영화예요. 엄청나게 새로운, 전에 없던 범죄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반전은 대략적으로 예측 가능하거든요. 어느 정도 몰입감은 있지만 뚜렷한 단점도, 뚜렷한 장점도 없는 어중간한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얘기가 궁금하시면, 10월 30일(일) 오후 2시 30분, TBN(강원) 두시N영화관(FM105.9)을 들어주세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TBN 교통방송’ 앱을 다운로드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를 있는 그대로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