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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May 18. 2023

<드림팰리스>의 혜정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영화 <드림팰리스>(2023)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은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해 회사를 상대로 함께 투쟁하던 사이였습니다. 투쟁이 2년 넘게 이어졌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해요. 결국 고3 아들을 둔 혜정은 사측과 합의하고, 합의금으로 아파트를 얻어 새 삶을 시작합니다. 그 아파트가 바로 영화의 제목인 '드림팰리스'입니다. 수인은 그런 혜정을 비난했지만, 혜정이 멋진 아파트에서 사는 모습을 보고 흔들립니다. 끝내 수인사측과 합의하고, 혜정의 도움으로 할인된 가격에 드림팰리스에 입주하게 됩니다.


혜정과 수인이 입주한 드림팰리스는 문제가 많은 아파트입니다. 혜정의 집에는 녹물이 끊임없이 나와요. 다른 입주민들도 저마다의 크고 작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건설사의 부실 공사 탓이죠. 혜정이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분양사 측은 "분양이 다 끝나고 난 뒤에 수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황당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혜정은 하루빨리 아파트가 분양될 수 있도록 현수막을 걸고, 전단지를 뿌리는 등 알바를 시작해요. 결과적으로는 그 일 때문에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혜정은 이웃으로부터 비난받게 됩니다.



<드림팰리스>에는 뚜렷한 악인도, 선인도 없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적당히 이기적이고, 자신들의 안위가 최우선인 평범한 생활인들입니다.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비난한다는 데 이 영화의 비극성이 있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의 원인은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근로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회사와 모종의 이유로 부실 공사를 자행한 건설사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거기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 피해는 오롯이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름 선의(善意)를 갖고 행동했던 혜정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모든 사람에게 비난과 멸시를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영화가 혜정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고, 나아가 캐릭터를 학대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데요. 혜정이 당하는 핍박이 굉장히 복합적이고, 중측적이라 그녀를 둘러싼 기막힌 상황들이 대체로 납득됩니다. 이는 분명 촘촘한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입니다. 또 그런 혜정을 훌륭하게 연기한 김선영 배우의 덕이 크고요.


영화의 마지막, 드림팰리스에 새롭게 입주한 주민이 떡을 들고 혜정을 찾아옵니다. "식구가 몇 명이냐?"고 묻는 입주민에게 혜정은 "세 명"이라고 답해요. 남편은 죽었고, 아들은 대입에 실패한 뒤 기숙형 재수학원에 있는데 말이죠. 카메라는 세 팩의 떡을 받아 든 혜정이 혼자 거실에서 떡 먹는 모습을 줌 아웃으로 담아냅니다. 그 순간 남편과 아들 그리고 혜정의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이 프레임 좌측 상단에 걸리는데요. 영화 내내 아내이자 엄마로서 분투하는 혜정의 모습만 보여 조금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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