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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제 Oct 26. 2020

깨끗함이 만드는 높은 삶의 질

핀란드는 보존을 합니다.

삶의 질

어떤 것이 삶의 질을 높일까? 행복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겠지만, 매일의 삶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높은 게 아닌가? 핀란드는 욕심 부리지 않고 평온하게 삶을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한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다. 핀란드의 매일매일의 순간이 행복한 이유는 뭘까?



핀란드는 자연을 깨끗이 보존해왔다

내가 발견한 첫 번째는 이유는 깨끗한 자연이다. 핀란드는 특히나 공기가 무척 깨끗하다. 숨을 들이쉬면 깨끗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그저 깨끗한 공기가 이렇게 좋은 건줄 이전엔 정말 몰랐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도 숲은 사람들 가까이에 있다. 큰 나무들과 호수, 바다도 그렇다. 개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내 활동 반경에 있는 것이다. 여름 밤에는 마치 쏟아져 내릴 것 같이 총총이 빛나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어느 날, 같은 건물에 사는 교환학생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밤 10시 정도였으며, 그때 우리는 맥도널드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매우 도심 지역에 있었다.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덤불에서 야생 토끼가 튀어나왔다. 친구들은 "와우 바니!(Wow bunny!)"라고 소리치며 감탄했다. 나도 정말 놀랐다. 내가 야생의 토끼를 보게 될 줄이야! 토끼는 길 한 가운데에 서서 우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건너편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 찍을 새도 없었다. 근데 뭔가 감동이었다. 내가 대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핀란드인 친구 산니(Sanni)에게 와일드바니(wild bunny)를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산니는 담담하게 "새벽 5시에는 여우(red fox)도 볼 수 있어"라고 말하며 호호 웃었다. 와우.



깨끗한 수돗물이라는 신뢰

두 번째 이유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는 나라는 무척 드물다. 그리고 핀란드는 그 드문 나라 쪽에 속해 있다. 내가 처음 핀란드에 도착했을 때, 물을 사러 슈퍼에 갔었다. 파리에 살 때 물때문에 고생한 뒤, 더 이상은 유럽의 석회섞인 물을 조금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1.2리터짜리 일반 생수가 보이지 않았다. 탄산수나 과일향 첨가된 물만 진열대에 가득했다. 한참을 찾아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생수병을 집어들었다. 과일이나 허브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투명한 1.2리터 물이었다. 병 라벨에 표시된 물방울은 그저 신선함의 표시일거라고, 이건 절대 탄산수 표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무시했다. 기대와 달리 내가 사온 물은 탄산수였다. 하하, 이럴수가.


핀란드에서는 그냥 수돗물을 마신다. 수돗물을 마신다는 건,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수도꼭지를 틀고 세수를 하다가도 마시고, 샤워를 하다가도 마셨다. 핀란드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가장 기본적인 복지라고 생각한다고 들었다. 공감됐다.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다는 건 무척 좋고 편하다. 너무 편해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세수를 하다가 수돗물을 마실 뻔 했다. 자연스레 물을 마시려다가 아차 싶었다. 서울의 수돗물도 마실 수 있다는 데, 그냥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드는 건 아주 기초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믿을 만한 깨끗한 물이라는 신뢰가 쌓이는 데까지가 가장 어려운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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