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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제 Sep 27. 2020

비관주의 핀란드를 관통하다

핀란드에서 배운 4가지 비꼬기 기술

Sarcastic Finland

풀어서 말하자면 바로 '비꼬는 핀란드'인데, 이 비꼬기 문화는 핀란드 어디에나 널려있다. 평화롭고 고요하고 행복할 것만 같은 핀란드에 비관주의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비꼬기 문화도 핀란드의 특징이고, 핀란드에 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핀란드의 진짜 모습이다. 그래서 핀란드 사람들의 비관주의를 정리했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1. 추운 겨울과 추운 날씨

핀란드는 북반구에서도 북위 60도 위에 위치한 나라다. 당연하게도 겨울은 길고 춥다. 게다가 11월 초부터 폭설이 내린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가을낙엽 떨어지고 있을 시기인데 말이다.


아래는 핀란드의 계절을 비꼬는 그림이다. 

출처 wanna-joke.com/weather-in-finland/

12월~4월 겨울겨울

4월~6월 겨울

6월~9월 봄

9월~12월 겨울


핀란드의 4계절 중에 3번은 겨울이고, 심지어 여름은 없다.




2. "그게 무엇이든 다른 나라가 더 잘할거야."

그 날은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는 Espoo시에 있는 Aalto University Otaniemi 캠퍼스에서 헬싱키 중심지역인 Kamppi터미널까지 오는 102T버스였다. (참고로 이 버스노선은 헬싱키의 지하철이 연장 개통되면서 사라졌다.) 그런 덕분인지 102T버스에는 알토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근처에 앉은 두 학생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그들의 대화를 요략하자면 이랬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참 좋지! 하지만 핀란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차피 중국이 더 싸게 만들어낼거야."

역설적이게도 이건 핀란드식의 자신감 표현처럼 보였다. 핀란드가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 줌의 자신감도 없다면, 이 이야길 꺼내지조차 않았을 것 같다.




3. (쓸모없는)버킷을 받기위해 (오랫동안)줄서기

하루는 헬싱키의 깜삐(Kamppi)터미널을 통과해 지나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깜삐 1층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이며 서있었다. 나는 대체 무슨 줄일까 궁금해하며 보았더니, HSL에서 플라스틱 버킷을 나눠주고 있었다. 줄 서있는 핀란드인에게 물어보니 HSL카드가 있으면 버킷을 받을 수 있어서 줄서있다고 한다.


그냥 그 모습이 재밌어 보여서 나도 맨 뒷자락 줄에 섰다. 얼마 뒤 내 차례가 왔고, 나도 버킷을 받았다.

나중에 핀란드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버킷을 받으려고 길게 줄서는 건 꽤나 유명한 조롱 소재란다. 별로 비싸지도 않고 거의 쓸모도 없는 버킷을 받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줄을 서있는 게 비생산적이라면서, 줄을 선 사람들을 바보같다며 놀리는 밈이었다.




4.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지 않은(?)나라, 핀란드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만나본 외국인들은 북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핀란드인 물론이고 다른 나라 학생들도 북한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북한과 관련된 국제 정세가 험악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한국의 Inter-Korea Summit(남북정상회담) 이전이었고, 금방이라도 북한이 전쟁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돌던 때였다.


핀란드는 비교적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이니,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끼는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핀란드가 안전하지 않다니,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그 당시에 공유되던 밈(Meme)을 보자.

"북한과 핀란드 사이에 범퍼(Bumper)는 딱 한 나라 뿐이야!"

참고로 핀란드와 북한 사이에 있는 범퍼 국가는 러시아다.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가 사이에 있기에, 마치 핀란드와 북한이 멀리 떨어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한 국가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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