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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제 Aug 16. 2020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라는게 있을까?

어느 대학교 강의실에서 만난 80대 여학생

작년 12월, 꽤나 쌀쌀한 날 어느 날이었다.

이태원 블루스퀘어에서 책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의 북토크가 있었다. 책을 쓴 작가님은 내가 교환학생 했던 알토대학교(Aalto University)에서 유학하고 핀란드에 오랫동안 살았던 분이었다. 그런 작가님과의 만남이기에 지인과 함께 갔었다.


북토크가 끝날 무렵에는 질문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주저하더니 토론이 계속 될 수록 더 많은 사람이 손을 들고 이야기를 했다.


토론이 마무리 될 즈음, 뒷 편에 앉아있던 한 중년 여성 분이 일어나서 말했다.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이 왜 이야기하냐며 따질까봐 조용히 있다가려 했다"고 운을 떼면서.


한 번도 그런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그 여성분의 걱정스러움이 낯설었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그 분께 손가락질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열성적으로 박수를 쳤다. 걱정을 품으면서도 용기를 내서 말한 그 분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게 되었으면 좋겠다.)



Helsinki, 2019



핀란드 대학교에서 만난 80대 여성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하며 들었던 수업 Method Madness에서 자기 나이가 80대라고 소개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분은 이미 은퇴했지만 디자인 공부를 해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고 싶어서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같은 교실에 있던 다른 핀란드인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교육이 무료이기 때문에 언제든 원한다면 다시 학생이 되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수업에서도 나이 지긋한 학생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는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는 듯, 그들은 나서서 질문하기를 주저하거나 몸을 사리지도 않았다.


사실,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여학생"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짧은 교복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떠오른다. 학생은 어릴 것이다라는 생각, 그리고 배울 수 있는 나이가 따로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스스로도 알지 못할 만큼 삶에 깊이 파고들어있었나.





은퇴 후, 다시 학교를 찾은 핀란드 학생들을 보면서 발견한 3가지

1. 국가가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

국가가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것은 누구라도 성장을 추구할 수 있고 그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방침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까지도 핀란드는 알고 있는 듯 했다.


2. 언제든 누구나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어릴 때부터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났다. 나는 이 말이 사실이 그러한가에는 관심이 없고 공부하기 싫을 때 꺼내기 좋은 핑계라고 생각했었다. 그냥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 같아보였다.


3. 나이에 따르는 위계질서 대신, 나이 많은 초보가 있을 수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거나, 기수가 한 기수라도 위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하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자주 보았다. 이 생각은 '나이 많은 초보'를 '뜨거운 얼음물' 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개념으로 만들었다. 그로써 나이가 많으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부적절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이 관점에서는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태어난 이상 모두가 나이를 먹는다.






배우고 싶은게 있다면 대학에 다닐 수 있는 나이 80대.

이런 이야기를 적고 있는 나 또한 나이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또한 핀란드의 사례에 장점이 많다고해서 우리나라에 모조리 복사붙여넣기 할 수도 없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춥고 긴 겨울을 나야했기에 인구가 적은 것도,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도 우리와는 참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알맞는 생각을 하면 된다.


34세의 나이로 핀란드 총리에 당선된 산나 마린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이나 성별에 대해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나이에 따라 마땅히 해야한다고 정해진 일이 없나 보다. 핀란드의 모든 걸 따라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언제든 무엇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인스타그램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

https://www.instagram.com/bysmall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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