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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Jul 23. 2019

스티브 유는 왜 굳이 한국에 들어오려는 건가요?

정말 궁금한 1인

며칠 전 스티브 유(국적:미국)에게 한국 비자를 발급해 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결에 불만을 품은  본인이 또는 가족이 군대를 다녀와야만 했었던 혹은 군 복무 중인 빽 없고 돈 없는 국민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찾았습니다.


군대... 지구 상에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참으로 많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최전방 백골부대를 나오셨고, 제 동생도 전방에 있는 불무리부대에 있었습니다. 아빠는 백골부대 보병으로 군 복무하신걸 자랑스럽게 여겨 SF급 후일담을 그야말로 침이 마르도록 하셨고, 제 동생은 행군도 별로 안 하고 맨날 포만 닦는 포병이었으면서도 전방이라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큰소리칩니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제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 직장 동료에게 까지 듣다 보면 정말로 제가  육, 해, 공군을 다 다녀본 것 같습니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건 특수부대 출신들. 물론 '우리 동네 특공대' 공익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공익 나온 사람에게 병장 달아주겠다며 벌주 먹이는 것도 봤습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래도 제가 앞에서 언급한 분들은 육군 가기 싫어 공군에 지원했든  군생활 '제대로'하고 싶어서 해병대 지원을 했든 모두 국방의  의무를 다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스티브 유는 군대 가기 싫어 어렵게 미국 시민권  취득하신 분이 왜 굳이 다들 들어오지 말라는데 갑자기 한국땅이 밟고 싶어 지셨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한국땅을 다시 밟을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군대를 가겠다니요. 대한민국 군대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랍니다.


물론 우리나라 모든 성인 남자가 군대를 다녀온 건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 신체상의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면제받은, 그래서 다녀온 사람들은 아주 짜증 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이번 경우처럼 비난을 받는 것도 아니요 심지어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왜 스티브 유만 유독 이렇게 모든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벌써 몇 년째 들어오지도 못하는 걸까요? 혹자는 한국에 못 들어오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동정론을 펼치기도 하지만 그 이유는 바로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꼭 군대 가겠다 대중 앞에서 약속까지 했고, 성실하고 건강하며 바른 청년이었기에 우리는 그를 믿었고 사랑했는데 갑자기 수술을 하고 입대 연기를 하더니 마지막엔 '군대를 제대하면 30대라 더 이상 가수를 할 수 없다.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한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과 함께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의 눈물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굳이 F4비자를 고집하는 스티브 유가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그 당시엔 조금만 있으면 대중이 용서해주겠지 다시 활동할 수 있겠지 기대했었겠지요. 그래서 냉담한 현실이 가끔은 당혹스럽기까지 하겠지만 거짓 눈물로 또 한 번 대한민국의 국민을 배신한 스티브 유입니다.    


군대. 피할 수 있으면 정말 피하고 싶은 곳입니다. 20대 할 일도 많은 중요한 시기에 2년여의 공백은 참으로 큽니다. 그뿐인가요? 잊힐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군대 사고. 정말이지 아찔합니다. 우리 엄마가 동생 군대 가기 전에는 군대 안 보내게 어디 숨기고 싶다고 하셨고 훈련소 들어갔을 때는  동생 군부대 앞에서 풀빵 장사하며 매일 봐야겠다 하셨던 분이 막상 군대 가서 몇 번 휴가 나오니 요즘 군대는 왜 이렇게 휴가가 많으냐 하셨던 분입니다. 짱구가 태어나고 얼마 후 TV에서 '진짜 사나이'를 시작했는데 훈련소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와락 겁이 납니다. 짱구는 군대 안 갔으면 좋겠다. 통일이 되면 군대 안 갈 수 있으려나 하며 초등학교 때 이후론 외쳐본 적이 없는 통일을 목놓아 외칩니다. 그래도 입영 영장이 나오면 가야겠지요. 국방부 시계도 가니까요. 조금 많이 느리게 느껴지지만...


한때 '아름다운 청년'이었던 유승준의 팬으로서 진심을 담아 부탁합니다.

 

당신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대한민국에 들어왔을 때 입국거부자로 입국할 수 없다고 공항에서 당신의 나라로 돌려보내 졌을 때 참 많이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소원하여 가족과 함께 돌아오려 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 앞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돌팔매질당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겁니다. 그러니 돌아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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