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자사고를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헐~ 외고 자사고는 없애면서 영재고는 슬쩍 뒤로 숨겨버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가?
외고 자사고들이 재평가에 들어가고 취소 위기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든 기가 막힌 과정을 지켜보며 이 얼토당토않는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하시는 분들을 뵙고 묻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참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흥분을 하면 우리 엄마가 한심하다는 듯이 한마디 하신다.
자사고 있으면 짱구 나중에 자사고 보낼 거야?
내가 돈이 어디 있어? 엄마는 자사고 학비가 얼마인지 알아?
그렇다. 비록 짱구를 자사고에 보내기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무조건 일반고 전환은 반대하는 1인이다.
학종 폐지? 환영한다.
학종 폐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명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금수저 전형'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 게 정해진 객관적 기준이 없으니 선생님 잘 만나면 학종 부자가 되고, 능력 있는 부모 만나면 없던 학술대회도 생겨서 수료증을 만들어온다. 학교 일정은 학종을 위한 이벤트로 빼곡하고 학생들을 지쳐만 가는데 부모들은 하이에나처럼 먹잇거리를 찾아다닌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학종의 시초가 '입학사정관제도'정도가 될 것이다. 수능과 내신에만 의존하는 점수 위주의 획일적인 대학 입학 전형제도의 "선진화"를 위해 대학별 특성에 맞춰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이 얼마나 현 교육실정을 직시하지 못하고 선진국의 입시제도만 흉내 낸 참신하지 못한 제도인가! 내신은 기본이고 엄청난 봉사시간에 내 목표를 향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과연 정부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공교육만으로 그러니까 학교 안에서만 이 모든 게 준비되어질 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해서 묻고 싶다.
정시 확대?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수능이 나왔을 때는 100% 정시로 대학에 갔다. 매월 모의고사를 봤고, 중간중간에 중간고사, 기말고사까지 수업하는 날만큼이나 시험 보는 날도 많아 나중엔 모의고사 보는 날은 야간 자율학습 안 해서 그 편이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3년을 수능을 위해 공부해왔는데 컨디션 난조 등으로 시험을 망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이건 너무 잔인 하 다해서 나온 대안이 학종 등 이름만으론 이해가 안 되는 여러 가지 전형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고 거기에다 고맙게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을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니 이 모든 부담은 학생들의 몫이다.
투명하지 않은 학종을 믿느니 차라리 정시로 같은 날 같은 시험 보고 등급 매겨 대학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럼 평준화된 모든 학교에서 골고루 대학을 갈 수 있을까? 기회는 평등할 수 있지만 결과는 평등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고 내신 1등급이 전국 모의고사 1등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서울 명문고의 내신 8등급이 수능 4등급을 받는 일과 같은 일은 여느 일반고에서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걱정하는 강남 8 학군과 같은 명문 사립고는 언제든지 나올 것이고 학구열에 불타오르신 많은 학부모님은 솔선수범하여 또 다른 이름의 명문고를 만들고 찾으실 거다.
내가 예전에 명문고를 갈지 아님 내신 따러 일반고를 갈지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냥 명문고 가. 그래서 내신 못 따면 정시로 가면 되지. 일반고 가서 공부 안되면 더 힘들어. 야! **고는 내신 8등급도 **대가.
공교육의 질을 먼저 높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신 시험문제를 보면 어느 정도 그 학교를 평가할 수 있다. 정말로 힘들게 공부해야 어느 정도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전교생의 평균점수를 올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학교가 있다. 그럼 교육청에서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온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다음 시험에는 좀 신경을 쓰는 듯하다 다시 낮은 점수를 받으면 걱정하실 학부모님과 학생들을 위해 난이도를 친히 낮춰주신다.
난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궁금해서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참 바보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너네 학교 좋아?
그럼 모든 아이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좋다'라고 대답한다. 참 독창성 없는 대답이지만 공감한다. 부모님의 권유로 자사고 입시 설명회에 다녀온 학생 하나가 상기된 얼굴로 와서 말한다.
선생님! 저 그 학교 갈 거예요.
왜? 안 간다더니?
엄청 좋아요.
뭐가 그렇게 엄청 좋아?
학교 시설도 좋고, 교복도 예뻐요.
야! 너는 교복 때문에 학교 가냐?
아니요. 그거 말고 수업하는 것도 외국에 있는 대학교 같아요. 정말 멋져요. 저 그 학교 가고 싶어요.
물론 그 학생은 외국에 있는 대학교를 가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젠 다 큰 거 같은데 아직은 아이 같다 생각이 들지만 그 마음을 이해한다. 우리나라 국. 공립 중학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라면 고등학교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쯤은 알 것이고 획일화된 시스템에 주입식 교육만 이루어지는 일반고보다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사고가 엄~청 좋았을 거다.
물론 많은 대비를 하고 대안도 마련해야겠지만 정말로 정부가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원하는 대학을 보내길 원한다면 제일 먼저 공교육의 질을 자사고 외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올려야 할 것이다. 학종 준비 때문에 학기초에는 진도도 제대로 못 나가다 시험기간에 겨우 진도 맞추고 자습하라는 교실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학폭과 선생님과 제자 간의 신뢰가 없는 현실에서 자사고 몇 개 없앤다고 정부가 중요시하는 '사회 양극화와 사교육비 증가'가 해소될까?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시켰지만 영어 사교육 시장이 과연 정부가 계획했던 만큼 축소되었는지 궁금하다. '고교학점제'와 같은 어설프게 선진국 따라 하는 이상한 정책 만들지 마시고,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하겠다는 말씀도 마시고,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시고 보완한 다음에 자사고 보내려고 했던 부모들이 공교육도 좋은데 굳이 비싼 등록금 내며 자사고 보낼 필요 없다는 판단이 들게 한다면 이렇게 매일 시끄러울 일도 없을 것이다.
제발 짱구가 고등학교 가기 전 까진 이 모든 혼란스러운 과정이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