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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Mar 01. 2020

코로나19로 본 대한민국 보고서

사람이 세상을 만듭니다.

코로나 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었다. 그리하여 짱구는 생애 첫 졸업식이 되는 유치원 졸업식에 마스크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해야 했고, 초등학교 입학식은 일주일 연기가 되었는데 그것도 확정이 아닌 추후 통보이며, 일주일째 어디 가지도 못하고 매일 짱구와 하루 종일 집에서 씨름을 해야 했고, 아직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다.


그런데 그 일주일 동안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려운 이때 고통 나누자' 대구의 착한 건물주

내가 사는 곳도 거리며 가게에 사람이 없는데 확진환자만 2천 명이 넘은 대구는 오죽하겠는가! 그 와중에 참 가슴 뭉클한 사연이 한동안 실검 순위에 오르내렸다. '이번 달 임대료는 내지 말고 집에서 그냥 쉬세요.'라는 한통의 전화. 모두가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까지 굳이 나누려고 하지 않은 이때 내 일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함께 고통을 나눠주신 많은 건물주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구로 내려간 의료진

지난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대구에서 봉사할 의료진을 모집했고 바로 다음날  500명 가까운 의료진이 대구지역 코로나 19 사태를 돕기 위해 나섰다. 물론 정부에서 파견인력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본인들도 감염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달려간 의료진분들에게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의료진에게 협조를 안 해주시는 의심환자분들은 제발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 그분들은 치료를 하려고 간 것이지 처벌하러 간 것이 아님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용기를 내서 달려가 주신 모든 의료진분들께 박수를 보낸다.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어느 누구도 기부한 사람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얼마 전 배우 이시언이 본인의 SNS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으면 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 원을 기부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악플이 이어졌고, 결국 이시언은 해당 사진을 삭제했으며 개그맨 윤세윤은 자신과 아들의 이름으로 기부한 모습을 보고 동참한 이시언에게 "고맙고 잘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물론 1억 원씩 기부한 많은 연예인들도 있고 삼성에서는 3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부했다. 하지만 많은 금액을 기부한 사람은 박수받고 적은 금액을 기부한 사람은 비난받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100만 원이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며 소독약 등 꼭 필요한 많은 물품들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기부는 마음이고 정성이며 용기이지 비난받을 일은 절대 아니다. 이시언 님 앞으로도 따뜻한 소식 많이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확산을 막는 것입니다. 그것만 기억해주세요.

 '신천지'를 빼놓을 수는 없다. 솔직히 31번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코로나 19가 종식되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점쳐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31번 환자가 확정 판정을 받은 지난 19일 이후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심각'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더불어 부각된 것이 바로 '신천지'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천지가 이단이든 아니든 혹은 문제가 있든 없든 또는 교주가 누구인지 지도부를 찾아야 한다든지가 아니라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려면 신천지 신도임을 숨기지 말고 증상이 있든 없든 의심이 된다면 빨리 코로나 검사를 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각종 언론에서는 확산 방지가 아닌 신천지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를 연일 내놓으시니 급기야 신천지에서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공식입장까지 내놓게 되었다. 그분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정보를 제공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지가 궁금하다. 이것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전염성 바이러스로 인한 치료 가능한 질환의 문제이니만큼 신천지 신도이든 아니든 스스로가 안전수칙 잘 지키고 외부활동 자제하고 특히 격리 대상자이면 기간 동안만이라도 협조하고 또 의심이 된다면 오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혹은 선별 진료소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전수 조사할 때 신천지인지 대구 경북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가 아니라 의심증상과 언제부터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묻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야 정부는 처음 중국 우한 지역 다녀온 지 여부만 물어 부실 대응이란 비난을 또다시 받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대구 경북지역은 바이러스 집단이 아니며,  안 그래도 고생하시는 지역 주민들은 기피대상이 아닌 함께 응원하고 이겨내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신천지인지를 먼저 확인하여 범죄 집단(?) 취급을 하니 신도들은 더욱 숨어버리고 또 반대로 증상이 있는데도 신천지가 아니니 해열제 드시라는 처방만 받아 억울하게  돌아가신 14번째 사망자 분과 같은 일은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신천지 교주와 지도부의 문제이며, 이것을 지금 코로나 19로 고통받고 있는 신도들과 결부시키는 것은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산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확진 판정받았을 때 물론 억울하고 속상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무 잘못 없는 오히려 애쓰시는 관계자분들에게 침을 뱉는 위험한 행동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보니 가슴 뭉클한 사연도 화가 나는 일들도 모두 사람이 만드는 거 같다.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따뜻하고 용기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거 같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주일은 좋은 일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말로 긴박하고도 지루한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깜짝 놀랄 만큼의 확진자수가 늘어나 있고 그 말인즉슨 오늘은 또 짱구랑 하루 종일 집에서 뭘 하나 고민의 시간이 시작된다.  요즘 어디선가 들어본 "프리랜서 엄마는 절대로 프리 하지 않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책상 위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건만 밖에 못 나가 답답해하는 짱구를 보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워킹맘보다야 내가 나은 거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스크와 소독약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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