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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Feb 11. 2020

신종 코로나가 부른 우리 집의 변화

어떡하지...ㅠㅠ

지난 일요일 저녁 9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지역에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함에 따른 관내 모든 유치원을 휴업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드디어 올게 왔구나. 확진환자가 사는 곳은 같은 도시이긴 하나 그동안의 동선을 확인해보니 우리랑은 상관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유치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우리나라에 첫 번째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후 설 연휴가 끝이 나고 등원을 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선생님께서는 등원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연휴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여부를 묻고 열체크를 하셨다. 다행히 미디어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마스크를 하지 않고 온 아이들은 없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뒤돌아 오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리고 10시쯤 유치원에서 문자가 왔다. 짱구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이 없으며 열 증상이 있는 아이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에구. 신종 코로나 때문에 유치원 안 보내는 엄마들도 있다던데 괜히 짱구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날만큼은 마음 조리며 짱구가 하원 할 때까지 기다린 거 같다. 드디어 유치원 버스가 도착을 하고 짱구가 내리는데 짱구가 자랑하듯 말한다.


엄마! 짱구가 3살 때 메르스라는 바이러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우한에서 폐렴 바이러스가 생겨서 우리나라에 왔는데 봄이 되면 없어질 거래.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어른들에게서 듣고 와서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메르스가 그랬듯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럴 것이라고... 이번에도 손 잘 씻고, 마스크 잘하고, 사람 많은 곳은 피하면 괜찮다고 오히려 엄마를 안심시킨다.


그렇다. 2015년 6개월 정도 메르스 때문에 진통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참 무서운 세상이 왔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거 같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받는 세상.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때는 짱구가 어렸고 정말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메르스가 잠잠해질 무렵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게 되어 지역 사회단체들이 의료진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곳곳이 붙여있었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하여 일주일 동안 유치원을 안 가게 된 짱구와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어디 짱구와의 사투뿐이랴 미세먼지 때문에 미리 사둔 마스크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닌듯하여 인터넷으로 구매를 한 마스크며, 아무래도 마스크만으론 불안하여 손소독제를 구입하려고 마트에 갔더니 이미 품절이라 모든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겨우겨우 주문을 했건만 일주일이 되어도 재고가 없다며 깜깜무소식이다. 급한 마음에 마트에서 손세정제를 사서 짱구에게 밖에 나갔다 오면 곧바로 손세정제로 씻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엄마의 다급함은 아랑곳없이 그동안 갖고 싶었던 라이언 손세정제가 생겨 마냥 좋은 짱구다.


화장실에는 손세정제가, 현관입구에는 소독제가 있다. 유치원을 안 가 한가하게 놀며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모든 쇼핑사이트를 수강신청해가며 겨우 득탬한 짱구의 마스크가 있다


하지만 유치원 안 가는 게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짱구도 금세 알게 되었다. 유치원뿐만 아니라 도서관도 갈 수 없고, 집 옆에 있는 공원도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마트며 식당이며 아무 곳도 못 간다고 하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이틀 정도는 장난감 가지고 그동안 못다 한 놀이를 맘껏 하며,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좋아라 하더니 그다음 날부터는 마스크 하고 나가면 되지 않냐고 조른다. 아이들은 메르스 때처럼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 아이에게 지금은 모두가 조심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통보받은 일주일이 거의 다 가고 지난 금요일 유치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다음 주부터는 정상 등원하라고 하시는데 짱구와 나는 두 팔 벌려 환호한다. 해방이다! 그동안 잠깐씩 마트를 갈 때 짱구도 함께 가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장난기 많고 호기심 많은 짱구는 자꾸 물건을 만지려고 하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무것도 못 만지게 손을 꼭 잡고 다녀야 했고,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도 차를 가지고 다녔다. 대부분이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니 평소에는 주차 때문에 고생했을 마트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으니 마음이 더 안 좋다.  

    

엄마! 선생님 전화하셔서 심쿵했어.

문득 짱구가 '심쿵'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쓰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물었더니 짱구의 표정이 '엄마는 그것도 몰라?'라는 듯 자신 있게,


심심해서 북을 쿵쾅쿵쾅 친다는 뜻이쟎아

순간 정말 오래간만에 빵 터졌다. 우리 짱구 일주일 동안 정말 심심했던 모양이구나. 그래 월요일부터는 유치원 나오라고 하니 조금은 덜 심심할 거야. 그래도 아직은 조심해야 해. 알았지? 정상 등원하는 월요일 아침! 유난히 바쁘다. 마스크 꼭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고, 물건 만지고 나면 손소독제 바르는 거 잊지 말라고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한다.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어져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조심하시길... 그리고 아직까지 격리되어 있는 분들 모두 빨리 격리 해제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계시는 분들도 빨리 완치되어서 나오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진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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