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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Feb 13. 2023

하쿠나 마타타...킬리만자로

[파르밧 모험여행 ㅣ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5,895m 되는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다.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 붙은 한 마리 표범의 사체가 있다. 이처럼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에서


호롬보 산장을 출발해 마지막 키보 산장으로


킬리만자로(5,895m)는 신비롭다. 화산 폭발로 평원에 홀로선 산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7대륙 정상 중 네 번째로 높다. 정상에 올랐다 오려면 5~8일 정도가 걸린다. 킬리만자로는 화산산으로 마웬지, 쉬라, 키보의 휴면상태 봉우리가 있다. 화산재, 용암, 암석으로 이뤄진 성층화산이다. 등반을 위한 여러 루트가 있다. 마랑구 루트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다. 캠핑해야 하는 다른 곳에 비해 산장 숙박이 가능하다. 포터, 요리사, 가이드가 동행한다. 열대 우림, 황무지 관목지대, 고산 사막과 극지방 기후 등 모든 생태계를 경험한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만년설은 1912년 이후 80%가 줄어들었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5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추정한다.




키보산장  가는 길



등반 기점은 마랑구게이트(해발 1,980m)이다. 열대 우림의 숲길로 들어선다. 삼나무와 향나무, 올리브 나무들 사이 덩굴과 이끼들이 치렁하다. 고원의 넓은 시야가 펼쳐지면 자연 식물원이다. 다양한 식생의 야생화 지대다. 호롬보 산장의 아침은 구름바다다. 고산 적응을 위해 2박을 한다. 킬리만자로에서 고소 순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룩말 바위(Zevra Rocks)를 거쳐 마웬지봉 근처(4,300m)까지 다녀온다. 고소적응을 갖는 등반대는 약 80%의 등정 성공률을 갖는다.



호롬보 산장의 아침 운해


얼룩말 바위 Zebra Rocks     호롬보산장에서 고소 순응을 위해 다녀올 수 있다



1889년 독일의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 오스트리아 산악인 루트비히가 최초로 올랐다. 적도의 태양아래 정상 주변에는 만년 설산과 빙하가 있다. 원숭이가 뛰어노는 열대림의 숲을 지나고 무지갯빛 새들이 살아가는 고원의 들, 황량한 사막을 걸었다.


키보 산장(4,700m)은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돌 오두막 산장 이층 침대에서 자정이 오기를 기다린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삐걱거리는 문이 열린다.

“이제 출발할 시간입니다.” 여기저기 기침 소리가 난다.

 고산증세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콧물이 난다. 지독한 감기라도 걸린 느낌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지막 등반 채비를 한다. 따뜻한 차 한 잔 홀짝이며 앞으로의 시간을 상상한다. 주위는 캄캄한 어둠이다. 밤하늘의 별들은 총총히 빛난다. 먼저 출발한 다른 팀의 행렬이 반딧불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킬리만자로에서 경쟁은 없다. 아무도 이기거나 지지 않는다.
한계에 부딪는 자신과의 시간을 즐기면 된다.


암보셀리 초원에서 바라 본 구름에 가린 킬리만자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침묵의 시간이다. 졸음과 추위 때문에 발걸음이 무겁다. 탁발승의 행렬처럼 한발 한발 걷는다. 어둠 속에 타오르는 별똥별이다. “정상에 오르면 좋겠다”라는 소원을 빌어본다. 산은 점점 가팔라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그재그 길이다. 여명의 빛이 구름을 뚫고 올라온다. 밤을 꼬박 걸어 길만스 포인트(5,685m)에 도착했다. 마랑구 루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마음은 위로 밀어 올리고, 몸은 마지못해 따라갈 뿐이다.


랜턴 불빛이 여러 개가 모여있다. 다른 등반자들이 하나둘 정상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빙하를 보며 눈길을 걷는다. 억겁의 세월을 짊어진 채 빛난다. 거대한 분화구는 절벽을 만들었다. 경이로운 자연이다.


신들이 사는 성지와 같다.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곳, 인류를 낳은 거대한 대륙. 킬리만자로는 모두를 위한 사원이다. 우리를 향하게 하는 특별함이 아닐까? 정상의 표지판에 섰다. 뛰는 심장이 생동하는 삶의 순간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의 눈가에 눈시울이 맺힌다.



정상 부근의 빙하 지대


정상을 향하여



고산병 환자를 구출하라

필자는 킬리만자로를 5번 올랐다. 단체 등반팀을 안내했다. 고산에서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20대 후반의 젊은 팀원분이었다. 하산 중 능선 부근에서 급성 증세가 나타났다. 갈지자로 걷는가 싶더니 바위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몸이 늘어지고 의식이 혼미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순간이다. 3,700m 호롬보 산장까지 힘겹게 하산을 했다.





산에서의 안전은 ‘강한 체력보다 자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자아를 성찰하고 경외함을 갖는 것이다


매년 20,000여명이 킬리만자로를 등반한다. 정상 등정자에게는 국립공원 인증서가 발급된다. 평균 등정률은 50%이다. 한국의 트레커들은 그 이상이다. 강한 의지 이면에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킬리만자로 등반을 볼 수 있다. 오르고 싶은 로망의 상징이 되었다. 킬리만자로를 등반한 최고령자는 2019년 89세의 미국 여성 앤 로리모어다. 스텝들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다이아막스(Diamox)복용은 유용하다. 수분 섭취는 필수다. 현지인들에게 ‘뽈레 뽈레(천천히)’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가장 빨리 오르는 방법이다.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정상은 우흐르(Uhuru )라 불린다. 스와힐리어로 ’자유‘를 뜻한다. 표범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욕망을 벗어나 이상향을 걸었던 것일까? 순수만이 남아 있었다. 산과 하나가 되는 순간 세찬 바람은 하산을 재촉한다. 킬리만자로가 내게 묻는다. ”당신이 꿈꾸는 삶은 무엇인가요?“ ’하쿠나 마타타‘ 모든 일은 잘 될 것이다.


글. 사진

김진홍(파르밧)  l 오지 여행가




Photo 


마랑구게이트에서 짐 배정을 받고 있는 포터_국립공원에서 포터 안전을 위해 1인당 15km로 제한하고 있다


마랑구루트 등반 안내 표지판
만다라 산장_짐을 운반하기 위해 준비중인 포터들
3700m 호롬보 산장 너머 눈 덮인 킬리만자로가 보인다
호롬보 산장에서 키보 산장을 향하여, 능선 너머 킬리만자로 정상이 보인다


메마른 고원길 고소 순응을 위해 마웬지봉을 향하고 있다


정상 부근의 만년 빙하


정상 부근에 서면 깍아지른 만년 빙하를 본다


등정 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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