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행 03

by 분홍

치솟는 전세값에 결국 하우스푸어가 된 우리는 그나마 있던 고물차까지 없앴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 걱정되기도 했으나 대전은 '광역시' 답게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아직은ᆢ


버스를 두 번 타고 첫 번째 목적지인 계족산 황톳길에 도착했다. 구름은 많았지만 날씨는 괜찮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내딛으며 웃고 있었다. 붉고 부드러운 황토가 발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느낌이 좋았다. 아직까지는ᆢ


그렇게 20~30분 황톳길을 밟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계족산성으로 향했다. 잘 해놓은 나무계단이 있어 몇 개나 될까 세어 보았다. 315개. 그 끝에는 코 끝을 찌르는 화장실과 혀 끝을 강렬히 자극할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쭈쭈바를 입에 물고 다시 20분 정도 오르니 계족산성이 보였다. 마치 대전터미널의 하얀 벽처럼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는데, 빈틈없이 촘촘하게 쌓아올린 돌들이 자꾸 만지게 했다. 그 옛날 사람들은 이 높은 곳에 어떻게 이런 성벽을 쌓아 올렸을까?


산성 위로 올라가면 넓은 들판이 펼쳐졌고, 대전 시내와 푸른, 아니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한눈에 보였다. 빨리 내려가야 될 것 같은데 여유롭게 도시락을 여는 학생들에 힘입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마음에 드는 이 한 장을 얻기 위해 나의 핸드폰 카메라는 얼마나 누름을 당했나. 어쩔 수 없다. 그게 너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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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여유로움은 순식간에 쏟아지는 비로 사라지고 말았다. 앞에 가는 등산객이 "비 오는 척 하는거야, 금방 그쳐."라고 말했지만 비는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뭐라고?오~는 척?맛 좀 보라!"라고 말하듯 그 위세를 뽐냈다. 처음에 우리는 애써 언제 비오는 날 산에 와 보겠냐며 낭만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내 아무 말없이 빠르게 내려갔다.


그렇게 시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떠나보낸 고물차가 자꾸 생각나 우리는 계속 말없이 쏟아지는 빗방울만 쳐다보고 있었다. 낭만은 빗물처럼 온데간데 없이 떨어진 지 오래다. 춥고 배까지 고파서 우리는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다행히 때마침 도착한 버스가 우리를 달래주었다. 비도 그쳤다.


계속 그쳐야 한다. 이제야 밝히지만 우리는 야구를 보러 대전에 왔다. 우천취소라는 날벼락은 맞지 말아야 한다. 제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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