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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Jun 30. 2023

2023. 06. 30 흐림

라디오 사연에 뽑히는 방법

친한 언니가 그랬다. 자기가 요즘 듣는 글쓰기 특강에서 그러길 책을 내려면 핵심독자 한 명을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브런치에  내 글들은 한 번도 독자를 생각하고 쓴 적이 (책을 낼 건 아니니까, 아니 못 내니까ㅜ).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와 나의 감정들 뿐이라 조회수도 적고 구독자도 거의 없는 건 당연지사. 그러던  오늘 아침, '이현우의 음악앨범' 라디오를 듣는데 갑자기 사연을 보내고 싶어졌다. 7년 전 남매둥이 출산 후부터 줄곧 들어왔던 이 프로그램은 일단 음악이 좋고 DJ의 편한 진행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도 사연을 종종 보냈지만 한 번도 소개된 적은 없었다. 육아가 힘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넋두리처럼 했다. 이현우 씨는 미식가이면서 소소한 일상 얘기를 좋아한다. 그만의 꽂히는 유머 포인트가 있는데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하여튼 난 오늘 블로그에서 본 감자수프 만들기를 도전했다가 망한 얘기를 보냈다. 어머, 바로 사연이 뽑혔다.

내친김에 오후 4시에 하는 '윤정수&남창희의 미스터 라디오'에도 사연을 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들이 DJ라 좀 웃긴 사연을 보내야 한다. 사연을 한 번도 보낸 적이 없어서 사실 그대로 썼다. 어? 또 뽑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에도 사연을 보냈다. 따뜻한 분위기와 DJ의 진심가슴 뭉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금희 씨에게는 질문을 던졌다. 올해 상반기에 는 한 게 없는데 언니는 어땠나요?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는 걸 좋아하는 DJ라 바로 첫 사연으로 소개됐다. DJ는 나에게 왜 한 일이 없냐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사람을 키우는 일을 했다면서 돼지고기 세트를 선물로 보내준단다. 선물 보다 DJ의 답변이 역시나 가슴 뭉클하게 했다.


각기 다른 사연이지만 거짓 없이, 재탕 없이, DJ 성향과 라디오의 분위기를 파악해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사연을 보냈더니 바로 소개가 됐다. 글을 쓸 때 한 명의 독자를 생각하고 쓰라는 게 이런 건가? 2023년 상반기에는 사연 그대로 아무것도 한 게 없었는데, 6월 마지막 날 갑작스럽게 이루어낸(?) 일들이 생겨서 기쁘다.  거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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