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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Jun 18. 2024

2024. 06. 18 맑음

토요일밤부터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한 딸아이. 일요일도, 월요일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 다녀와서 계속 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온전히 딸아이를 돌봐주지도 못했다. 뒤돌아서면 쌓이는 집안일로, 남은 두 아이의 치다꺼리로 한숨을 돌린 후에야 누워있는 딸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이마도 짚어보고 얼굴도 어루만져보고 웅크린 다리를 주무르다가 딸아이의 엄지발톱을 우연히 보았다.


"소원아, 요 엄지발톱은 다 갈라지고 깨졌네. "

"응ᆢ 원래 약한가 봐. 자꾸 갈라지고 깨져."

"자라면 빨리 깎아내야겠다."

"근데 난 이 발톱이 좋아."

"응? 왜?"

"자라고 있다는 걸 알려주거든. 깨진 이 부분이 점점 위로 올라간 만큼 발톱이 자란 거야. "


우리가 무언가 할 때 힘든 이유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고 불안이 밀려올 때다. 결과를 모른 채 과정을 달릴 때 잘하고 있다고 확인받고(스스로 확신하면 너무 좋겠지만) 응원받으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그게 없다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한창 성장 중인 아이들은 더 그럴 것이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려주고 응원해 줘야 그들의 불안이 희망으로 단단히 자리 잡겠지.


깨진 발톱이 좋다는 딸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딸, 아픈데도 잘 견디고 있네. 금방 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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