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밤부터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한 딸아이. 일요일도, 월요일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 다녀와서 계속 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온전히 딸아이를 돌봐주지도 못했다. 뒤돌아서면 쌓이는 집안일로, 남은 두 아이의 치다꺼리로 한숨을 돌린 후에야 누워있는 딸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이마도 짚어보고 얼굴도 어루만져보고 웅크린 다리를 주무르다가 딸아이의 엄지발톱을 우연히 보았다.
"소원아, 요 엄지발톱은 다 갈라지고 깨졌네. "
"응ᆢ 원래 약한가 봐. 자꾸 갈라지고 깨져."
"자라면 빨리 깎아내야겠다."
"근데 난 이 발톱이 좋아."
"응? 왜?"
"자라고 있다는 걸 알려주거든. 깨진 이 부분이 점점 위로 올라간 만큼 발톱이 자란 거야. "
우리가 무언가 할 때 힘든 이유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고 불안이 밀려올 때다. 결과를 모른 채 과정을 달릴 때 잘하고 있다고 확인받고(스스로 확신하면 너무 좋겠지만) 응원받으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그게 없다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한창 성장 중인 아이들은 더 그럴 것이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려주고 응원해 줘야 그들의 불안이 희망으로 단단히 자리 잡겠지.
깨진 발톱이 좋다는 딸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딸, 아픈데도 잘 견디고 있네. 금방 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