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고 싶냐? 씹새끼야?
"날 벽으로 밀치며 그렇게 욕하더라고ᆢ 근데 걔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나랑 같이 하기 싫어해. 내가 잘 못하니까ᆢ 오늘 많이 힘들었어."
축구를 다녀와서 지친 얼굴로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어제는 자꾸 내려가는 바지를 붙잡느라, 오늘은 설사병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들이 제대로 뛰지 못했다는 걸 알기에 더 안쓰러웠다.
"많이 속상했겠네ᆢ 코치님한테 말하지 그랬어. 그리고 친구들은 네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니야. 애들은 잘해야 좋아해."
"그럼, 축구 그만둘까? 다른 운동 하는 게 어때?"
"아니야. 그래도 다녀야지ᆢ 지난번에도 포기했는데, 이번에도 포기하면......."
내 자식이 아픈 걸 보는 것보다 보통 이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아픈 건 돌봐주고 약이라도 사다 줄 수 있는데, 실패와 좌절은 아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에 더 그렇다. 엄마로서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예전에 수능이 끝난 고3 엄마가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지난 20년의 육아는 내 아이에 대한 기대를 하나씩 놓는 과정이었다. 우리 아이가 특별하고 대단한 아이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들이 꽤 똘똘하고 자기 할 말은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공부도, 운동도 그냥저냥 보통을 따라가는 아이였고 어쩌면 더 못할 수도 있다. 초3인 내 아이에 대한 기대를 놓는 게 어쩌면 이 아이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뭐든 해보게 하려고 들이밀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아이가 스스로 원할 때까지, 꼭 필요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그런 점에서 축구를 계속한다니 기특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강동구로 이사 온 지 한 달. 이전 동네에서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고, 이전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면서 아이들은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다. 누가 애들은 알아서 잘 적응할 거라고 말했던가. 깨지고 다치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자리가 비록 구석진 자리여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