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3 맑음

메리 크리스마스!

by 분홍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의 존재에 대한 아이들의 의심과 나의 시치미가 창과 방패처럼 힘겨루기를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그래도 잘 넘어갔는데, 작년 이후로 이미 산타의 존재가 발각된 몇몇 집안의 친구들 때문에 흔들리고 있었다. 심지어 작년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은 당돌하게 산타할아버지를 시험해 보겠다며 편지도 안 쓰고, 어떤 선물을 바라는지 말해주지도 않았다. '산타가 있다면 어디 한번 내가 원하는 걸 맞춰봐!'라는 생각이었겠지만 난 용케 맞췄다. 다행히 그 사건으로 산타의 존재에 대한 아이들의 의심은 슬며시 사라졌다. 더불어 장난꾸러기 친구 한 명이 실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충격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자기 선물을 깜빡 잊었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다고. 산타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시는 게 맞았다고ᆢ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말이다.


올해에는 아이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핸드폰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아들은 인도네시아 7박 8일 무료 여행권, 딸은 슬라임 만들기 세트)은 아니지만 아마 핸드폰은 비싸서, 엄마가 안 된다고 해서 아예 바라지도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 더 리얼하게(?) 초등학생 때 핸드폰은 절대 안 된다고 연기하고 있다. 유치원 때는 아이들이 한글을 몰라서 편지는 간단하게 썼는데, 작년부터는 편지를 어찌나 꼼꼼하게 읽고 챙기는지 신경을 써야 했다. 내 마음과 다르게(?) 아이들의 편에 서서 편지를 쓰는 게 쉽지 않았지만 환하게 웃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대한민국, 부천에 사는 주원이에게


주원아, 안녕? 산타할아버지란다.

정신없이 바쁜 요즘, 아이들의 선물과 함께 편지도 잊으면 안 되지!

주원이의 올 한 해는 어땠니? 신나게 놀았니?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은 공부하느라, 학원 가느라 잘 놀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공부는 천천히 해도 되지만, 지금 놀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놀 수 없단다! 하하하~


얼마 전에 한 노인이 들렀어. 문 앞에서 기웃거리더니 자기 얘기를 잠깐 들어 달래. 충남 당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평범하게 살았는데, 몇 년 전에 몸이 안 좋아져서 요양병원에 있었대.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삶은 아니었지만, 손주들을 보면서 남부러울 게 없었대. 특히 아홉 살 친손자가 웃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참 좋았다고 하더라. 예의 바르고, 곤충과 자연을 사랑하는 멋진 아이라면서 연신 자랑을 했지. 자기가 곧 멀리 떠나야 하는데 마지막 인사를 못하고 왔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더라. 그 노인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네.


사람들은 성공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 노인처럼 평범한 삶도 가치가 있지.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거든.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실패하는 것도 필요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거든.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단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주원이가 도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 10살이 되니까, 10가지 도전을 목표로 하자!


2024년 12월 25일

산타할아버지가



대한민국, 부천에 사는 소원이에게


소원아, 안녕? 산타할아버지란다.

항상 밝은 미소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소원이를 보면서,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 사람들은 수염 때문에 내 미소를 잘 보지 못하지만 사실 난 항상 웃고 있단다^^ 속상할 때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들 때 웃으면 피곤한 것도 사라지지. 선물공장에 문제가 생기거나 루돌프가 말을 안 들을 때는 웃는 게 어렵기도 해. 그럴 때는 오히려 그 문제에 빠져 있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달달한 초콜릿쿠키를 한입 베어 물지.


소원이는 어떻게 하니? 내 계획과 다르게 일이 흘러가거나, 내 마음과 다르게 친구나 가족이 속상하게 할 때 말이야.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도 괜찮지. 마음을 표현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그 속상한 마음, 화난 마음이 커져 버려서 감정조절 버튼이 망가져 버린단다. 잘 웃는 사람, 마음이 착한 사람, 배려심이 깊은 사람들이 사실 감정조절 버튼이 망가진 경우가 많아. 하지만 걱정 마! 그 버튼은 연습을 통해 쉽게 고칠 수 있거든.


땅에서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예쁘다고 하지? 하늘에서는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면서 예쁘다고 한단다. 이건 비밀인데, 그 마음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거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요즘은 그 마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하지만 소원이의 마음은 여전히 빛나고 있어. 그 빛이 사라지지 않게, 소중하게 지켜줘!


소원아,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어. 실수해도 되고, 잘못해도 된단다. 그걸로 너의 존재가, 너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어른들의 괜한 헛소리, 잔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렴. 그들도 어렸을 때는 실수하고 잘못했으면서 지금은 아닌 척하고 있는 거니까^^(내가 어른들한테 선물을 안주는 이유이기도 함!!)


다가오는 2025년, 소원이에게는 어떤 설레는 일들이 생길까?

그걸 상상해 보고 표현해 보는 것도 멋진 일일 거야!


2024년 12월 25일

산타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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