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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Sep 23. 2020

2020. 09. 22 맑음

실종

"여기, 5살 남자아이랑 여자아이 안 왔나요?"
"아니요ᆢ"

"얘들아, 5살 남자애랑 여자애 못 봤니?"
"어떻게 생겼는데요?"
"어ᆢ 그게, 그니까ᆢ. 일단, 보면 경비실에 알려줘!"

"오빠, 애들이 사라졌어! 어떡해ᆢ 명 같이 자고 있었거든. 자고 일어났는데 애들이 없어."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침착하게 다시 찾아봐. 가고 있어. "

"112죠? 애들이 사라졌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없어요. 5살 쌍둥이예요, 남자애랑 여자애요."
"몇 시에 실종됐나요?"
"모르겠어요ᆢ"
"인상착의 좀 알 수 있을까요?"
"그것도 모르겠어요ᆢ"

방재실로 가서 CCTV를 확인했다. 5시 반쯤 둘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을 찾았다. 그때가  6시 반이었으니까 나간 지 1시간이나 흘렀다. 그 사이 경찰들이 왔다. 뭘 정신없이 물었고 대답했고 작성했다.

어디 갔을까? 왜 나갔지?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지ᆢ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가보려고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계단 쪽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주원아, 소원아!!!"
"엄마~"

"호랑이 놀이터 갔는데 친구들이 없었어."
"엄마, 난 나가기 싫었는데 오빠가 계속 용기 내보자고 했어. 그리고 나쁜 사람은 안 만났어."
"다시는, 절대 엄마 없이 나가면 안 돼. 제발, 좀!"

호랑이 놀이터는 외할머니가 사는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로, 내 걸음으로 1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횡단보도도 건너야 한다. 거기에 예전 어린이집 친구들이 많이 산다. 항상 하원 후에 재밌게 놀았다.

그제야 아이들을 자세히 보았다. 소원이는 나시 원피스를 거꾸로 입고 핑크색 구두에 핑크색 가방을 메고 있었고, 주원이는 초록색 맨투맨티에 하얀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스크도 잘 찾아서 했다.

아무 일 없이 돌아와서 정말 다행인데,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아이들 스스로 하겠다는 그 모습이 왠지 어설프고 아슬해서 짠하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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