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남편이 핸드폰을 가져다 귀에 대준다.
"예진인데?"
예진이는 나의 올케이다. 꽃다운 22살인 동시에 꿋꿋한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어, 예진아~"
"언니, 저 기웅이 오빠랑 못 살겠어요ᆢ"
그리고 들려오는 그녀의 울음소리, 뒤이어 엄마를 부르며 우는 조카들. 올케를 진정시키고 뭔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자기가 만나지 말라는 친구를 동생이 만났다는 게 이유였다. 동생은 예민하게 구는 올케 때문에 원래도 있는 성질을 마음껏 부렸나보다. 고성, 욕설, 기물파손 등 싸움의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하나였다.
"그래, 많이 속상했겠구나ᆢ"
"그래도 이해해주고 조금만 참아~"
그러는 사이 전화가 또 왔다. 이번엔 동생이다.
"누나, 나 예진이랑 이혼할래ᆢ 못 살겠어."
그리고 들려오는 그의 낮은 울음소리. 결국 그에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그래, 너 힘든거 알지ᆢ"
"그래도 이해해주고 조금만 참아~"
멀리 있어서 달려갈 수 없고, 아마 가까이 있었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저게 다였을 것이다. 남편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동시에 또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친한 친구이긴 하나 결혼하고서는 딱히 통화할 일은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어머, 야~ 왠일이야?ᆢ 여보세요?"
"나 어떡하지ᆢ"
그리고 들려오는 친구의 울음소리. 아직도 잊지 못하는 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에 아무렇지 않으려 했지만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고ᆢ
오늘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슬픔은 왜 그렇게 예고도 없이 마음을 툭툭 두드리곤 허락도 없이 들이닥치는 걸까. 전화할 곳이 없었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나한테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토록 사소한 위로뿐이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것 같다.
괜찮아, 괜찮아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