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소한 집

by 분홍

우리 집은 곧 재건축을 앞두고 있을 만큼 오래된 아파트 7층이다. 명의만 우리 집이지, 사실 은행 집이나 마찬가지다. 하루가 멀다하게 치솟는 전세값에 나 역시 내 집 마련의 '빚'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생각하자면 그리 달가울 집은 아닌데 이상하게 이 '오래됨'이 좋다.


단지 내에는 마실 나온 할머니 같은 오래된 나무들이 마중나와 있고, 각 동엔 빨리 걸어가는 것보다 조금 빠른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쉬다오르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현관문을 열면 난, 어릴 적 퇴근하는 아빠 품에 안기듯 거실로 폴짝 뛰어든다. 가방을 아무렇게 내던지고 거실에 벌렁 누우면 베란다 창문 안에 담긴 오래된 달을 볼 수 있다.


참 예쁘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달을 봤을까? 나처럼 예뻐했을까, 아니면 슬펐을까, '어? 달이네.'하고 말았을까. 이 집의 오래됨을 더 깊게 만들었을 지나간 이들의 삶이 궁금해지는 불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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