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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Nov 25. 2022

2022. 11. 25 맑음

7살의 너 그리고 나

"주원이가 단단해지고 싶어 해요. 힘이 세져서 누군가의 우위에 있는 게 아니라, 내면이 강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요.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모두 다요."

그동안 막내의 임신과 출산으로 미뤄두었던 주원이의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승부욕이 강해서 실패나 실수에 대한 인정이 어렵고, 자존감이 낮아 자신보다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아이. 상담사 선생님은 놀이를 통해 주원이의 그런 모습을 끌어내고, "그럴 수 있어. 괜찮아."라고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그게 다인데, 나는 왜 그동안  못해줬을까? 주원이는 놀이치료를 재미있어했고, 아직 8회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아쉬워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누군가 저런 말을 해줬더라면, 그게 엄마나 아빠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텐데ᆢ 지금 7살의 주원이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다. 그 시절의 나는 열등감까지 더해져 더 어둡고 슬펐다. 그 후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나는 마흔이 된 지금도 종종 아프다. 주원이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마음이 단단해지는 방법을 나는 잘 모른다.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나지막이,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 뿐.

'주원아, 단단해져라. 세상이 주는 어떤 상처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져라. 그리고 가끔은 이겨내지 못한 채로 그대로 쓰러져도 괜찮아.'


그리고 나에게 한 번 더 얘기해본다.


'민숙아, 단단해져라. 세상이 주는 어떤 상처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져라. 그리고 가끔은 이겨내지 못한 채로 그대로 쓰러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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