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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Nov 26. 2022

2022. 11. 26 깜깜

처음과 처음이 아닌 것

7살인 딸아이가 무엇 때문인지 울고 있으면 이상하게 한숨부터 나온다.
"왜 우는데? 말을 해야 알지."

100일 된 딸아이가 무엇 때문인지 울고 있으면 열일 제쳐두고 달려간다.
"우리 아가~ 뭐가 불편할까?"

처음엔 나이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7살 딸아이가 100일 때도 난 한숨부터 나왔다. 내가 큰 아이를 미워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다. 큰 아이가 100일 때 난, 100일 된 아이의 엄마가 처음이었고 큰 아이가 7살인 지금도 난, 7살 된 아이의 엄마가 처음이다. 처음 경험하는 것과 이미 경험하는 것의 차이다. 막내 아이의 울음은 큰 아이 덕분에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많은 불안요소가 이미 제거됐고 오직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 더 기다려주고, 귀 기울여주고, 오래 바라봐줄 수 있다.

영원히 처음일 큰 아이의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아이를 덜 사랑해서 그러는 게 아닌데도 눈과 귀와 마음이 자꾸 더 작고 약한 존재에게 가 있어서 더 미안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큰 아이의 눈빛이 슬프다.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불안하지만 막내 아이에게 주는 이 사랑을 큰 아이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큰 아이가 '엄마가 날 사랑할까?' 의심하지 않도록, 불안하지 않도록. 7살 된 아이의 엄마로서 부족하고 실수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지만, 그 후회는 삶의 일부일뿐 결과는 아니니까.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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