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과 화려한 구절'이라는 뜻으로, 말을 꾸미기 위한 여러 가지 수사를 의미한다. 주로 '미사여구를 늘어놓다',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 등과 같이 '듣기 좋게 꾸미기만 한 말'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나무위키] 미사여구[美辭麗句]
글자 뜻은 ‘잘 쓴 글’이란 뜻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내용보다는 겉모습이 아름다운 문장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지요. 실천력은 없으면서 아름답게 꾸미기만 한 말을 감언이설(甘言利說)이라고 한다면, 내용은 없으면서 아름답게 꾸민 문장이 미사여구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사여구 [美辭麗句]
미사여구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대게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초년생의 나는 공적인 자리에서 스피치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두괄식 필요, 미사여구를 줄일 것’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면접에서나 상사에게 보고를 올릴 때 내 생각과 감정을 온 진심을 담아 내뱉다 보면 나도 모르게 ‘TMI’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왜 그렇게 생각을 하고, 거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서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나에게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등등. 처음에 그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곧 결론을 이야기할 텐데, 이것도 못 기다려 주나 싶어 서러웠다. ‘아니, 미사여구 좀 쓰면 어때서!’
물론 현재는 어느 정도 학습과 사회생활을 거쳐서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어도 정말 ‘핵심’만을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특히 직장 생활은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줄이고 두괄식으로, 일목 요연하게 메시지나 메일을 쓸 것을 강조한다.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처럼 내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줄 시간이나 여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글을 쓸 때는 물론이고 보고를 올릴 때에도 두괄식으로 썼는지 불필요한 수식어나 미사여구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진 않는지 수십 번씩 검토한다. 그러다 혹시라도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 싶으면 가차 없이 잘라내는데, 사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개인적으로 그런 미사여구에 숨겨진 재밌는 뒷이야기나, 이 아이디어를 위해 얼마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모았는지 등에 대한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걸,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화법에 길들여지다 보니 일상에서조차 상대방의 의사 전달 방식을 평가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서론이 조금만 길어진다 싶었을 때 ‘핵심이 뭔지 잘 모르겠네.’라는 생각을 무심코 떠올렸다가 성급한 내 판단에 놀란 것이다. 또 한 번은 부모님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와중, 주제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흘러가자마자 ‘그런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씀인 것 같은데…’라는 말로 맥락을 끊었다가 곧바로 후회한 적이 있다. 그때 자신의 언변을 탓하며 머쓱해하는 부모님의 얼굴이 잊히지가 않는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 한다고, 그런 태도를 보인 내가 부끄러웠다. 나도 아직까지 상대방과 대화할 때 부족한 점이 많은데, 내가 감히 뭐라고 남을 지적할까.
사람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모두 천차만별이다. 언제 어디서나 말이나 글의 개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후 깔끔하고 담백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고 복잡하여 사소한 감정 변화 하나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전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어떤 전달 방식이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렇게 기분 좋은 교감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말을 하기보단 듣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이유도 그렇다. 과거의 내가 이야기의 도입부와 미사여구에만 전력을 쏟아부었던 시절에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차분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피드백을 전달해 줬던 인물들도 그러하다. 내가 아무리 매력이 떨어지는 문장을 서술해도 나의 요점과 역량이 좀 더 극대화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귀를 기울여 줬기 때문에, 이는 정말 본받아야 할 면모로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를 ‘TMT’라고 하는데, M을 ‘미사여구’의 ‘M’으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악의 없이 쓴 미사여구가 가끔은 ‘불필요한 사족’이라는 말로 평가되어 말 못 할 서러움도 있지만, 건조한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이 다정하게 잘 들어주며 맥락을 짚어준다면, 우리 주변에 좀 더 풍성함을 채워주는 사랑스러운 'TMT'들이 많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