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다 : 새롭고 산뜻하다.
얼마나 무딘 사회를 살고 있을까. 겉도 속도 변하지 않음은 얼마나 무딘 걸까. 한결같음은 그 꾸준함에 있어 높임을 받지만, 애플이 과거 제품을 낼 때마다 칭송을 받았던 것처럼, 꾸준히 변하는 것, 기존에 참신함을 꾸준히 더하는 것 역시 높임을 받을만하다. 살수록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끝 모를 향상심을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템포와 같은 폭의 삶에 울리는 작은 진동들은 높임을 받음이 마땅함에도 꾸준하지 못하다는 박한 평을 받는다. 남의 변화는 우상시하며 자신의 변화는 외면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얼마나 무딘 삶을 살고 있을까.
새해가 시작하는 것을 계기삼아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고 또 살다 보면 잊어버리기도 한다. 포기하거나 잃어버리거나 변화가 몸 안팎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때 새해는 정말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달력을 일일이 세어가며 365개의 날짜들이 한 해를 이룬다고 믿을 때 새해는 365일마다 돌아오지만 시간이 구분점이 아닌 연속점으로 존재한다면 새해는 의미를 잃고 사라진다. 우리가 점지해놓은 이 구분선들은 좀 더 편안한 삶을 위해 다시 말해 우리를 위해 만들어 놓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우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에 어느새 우리는 지배당하고 있다. AI가 인류를 멸망하게 할 것이니 혹은 우리를 지배할 날이 온다고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말은 돈, 시간, 건강 모든 것을 우리 편한 대로 만들어 놓고, 혹은 구분해놓고,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는데 AI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나 역시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두렵기는 매한가지지만.
나는 보통으로 살고 싶지만 남은 새로우면 좋겠다는 생각. 개인주의가 팽창해 지구인을 잠식하는 세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 사상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체주의가 개인주의로 뒤덮이면서 오늘날 70억의 인구를 관통하게 되었다. 집단은 기피되고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오면서 조만간은 100개가 넘는 나라란 의미를 잃어 사라지고 개인이 각각의 나라가 되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이미 인터넷은 그 경계가 없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남북의 분단 상황이나,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사라지고 지구 대평화 시대가 이룩해야 가능하겠지만. 개인주의를 안 좋게 볼 것은 개인주의에 이기주의가 올라탔을 때다. 개인주의는 개인적인 삶을 우선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기주의는 공공을 염두하지 않는 것이다. 각자의 이익만을 우선하며 살아가다 보면 갈등은,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끝없는 갈등을 겪으며 살아왔음을 상기하면 나라가 와해되어 각 개인이 자신의 나라가 되는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사란 갈등의 기록일지도 모를 정도로 끝없이 갈등이 일어나니.
새로운 것이 따뜻할 수 있을까. 따뜻함은 익숙함에서 자라는 것이 아닐까. 첫 만남에 반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첫 생각이 따뜻한 경우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잘생기거나 예쁜 외모가 호감을 갖는 것처럼 잘생기고 예쁜 생각이라면 따뜻할 수 있을까. 한국인이 회의 시간에 새로운 시각,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되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이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아닐까. 스스로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남이 납득할 확률은 줄어든다. 확신 있는 말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은 섹시하다. 그런 새로움에는 매력이 있어 새롭지만 따뜻해 거부감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를 먼저 설득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참신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첫 단계일 것이다. 자신에서 참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