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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Nov 04. 2020

15. 출산 준비 비용, '천만원??'

[임산부] 일기


                                                                                                 

"너 애 하나 낳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천만원은 들어, 천만원!"


 아이를 갖기 전부터, 아이를 낳은 친구, 언니들로부터 익히 들어온 말. 출산 준비를 하는데 천만원의 돈이 든다는 것! '엥?' 싶으면서도, '허걱!' 하는 말이었다. 



 "그럼 천만 원은 있어야, 아가를 낳을 수 있다는 거야?"


 출산을 준비하는 것부터 만만한 일이 아님을, 본인들이 지금 그만큼 고된 삶을 시작해 살고 있음을, 그러니 아이를 키우려면 마음부터 단단히 먹어야만 된다며, 먼저 엄마 아빠가 된 사람들이, 힘들다며 내뱉은 말. 



 '돈이야 많이 들겠지만, 정말 천만원까지 들겠어?'



 그럼 "유모차 하나만 백만원이야. 근데 유모차만 필요하냐? 정말 돈 천만원은 들어. 천만원만 들면 다행이다." 라며 정말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게인 반면, 종종, "쓰기 나름이야. 나는 거의다 물려받아서 쓰고, 비싼 건 안 샀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임신을 하면 먼저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가, '베페'라고 불리는 베이비페어였다. 그곳에선 아기용품들을 전체적으로 한눈에 볼 수가 있기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를 먼저 알아볼 수 있었서였다. 그리고 ···,


 이런 아기용품들을 집에 잔뜩 들여 놓고 울아가와 함께 지낼, 머지않은 미래를 그리며 오는 설렘을 마구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곳, 베이비페어. 


 나는 13주차쯤 베이비페어를 둘러보았고, 정말 아기용품들로 가득한 세상을 보았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신기한 것들도 있고, '오, 이런 것도 있으면 좋겠다.' 탐나는 것들도 있고, '아, 이런 것도 있어야 되는구나.' 싶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 


 대게가 정말 ···비쌌다. 그래서 가제수건이나 만원 어치 사 들고 돌아온 첫 베이비페어.



 유모차, 카시트, 침대, 욕조, 젖병소독기, 겉싸개, 속싸개, 이불 ···출산 가방을 준비할 무렵부터 아기 용품의 마련을 하나씩 시작.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적지 않고는 기억 못할 만큼 필요한 아기 용품들은 진짜 ··· 많았다. 또,


 어디까지 미리 준비해 둬야 될지도 막막했다. 키우면서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 준비해도 된다는 말들은 들었지만, 왠지 처음부터 싹 완성을 해놓고 아이를 키워야만 편안할 것 같은, 왠지 모를 마음 ···.



 찾다 보면, '와, 좋아 보여. 저걸 울아가를 위해서 써주고 싶어.' 그런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거 너가 갖고 싶어 하는 거야." 



 친언니의 말. "솔직히, 뭘 쓰든 갓난아기가 알겠어? 그냥 엄마 아빠 욕심에 좋은 거, 비싼 거 사서 쓰고 싶은 거지." 



 그렇다. 기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것들. 브랜드고 뭐고, 갓난아기는 알 수가 없을텐데. 뭔가를 사려고 하면 할수록, 높아만지는 눈. 하지만 ···,



 나는 양가로부터 울아가가 둘째였기에, 양가에서 둘째를 낳으려고 그랬는지, 지금까지 집에 간직해 두고 있던 아가용품들을 싹 꺼내 건네 주었고, '아, 이건 사고 싶은데···, 나도 새 거 사고싶은데 ···, 아, 이걸 받아 써야 되나 ···' 싶은 것들을 잔뜩 물려 받았다. 



 내 마음에도 들고, '뽀송뽀송한 새 제품'을 '뽀송뽀송한 울아가'에게 써주고 싶은데 ···, 정말 그럴 수 없을 만큼, 왠만한 제품들을 다 물려 받았다. 첫 아이고, 아이 계획이 하나뿐인데도, 마치 첫 아기를 둘째처럼 키우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달까. 그러나 ···,


 이거 하나 만큼은 확실했다. 아가를 낳기 전에 하나씩 하나씩 집에 채워지는 아가 용품들이 그저 좋았다. 정말 '곧 울아가가 태어나는구나. 울아가가 이것들을 다 쓰겠구나 ···. '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


 "쓰다 보면, 다 중고야." 


 라는 말이 있듯이, 아가를 낳고 정신 없이 아가를 키우다 보니, '새 것'의 '뽀송뽀송'한 느낌을 그리 크게 '느껴볼 여유'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그야말로, 정신이 없는, 전쟁과 같은 날들이 시작 되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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