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나를 흔들 때

관계의 중심에 나를 세우기

by 디 마이너 윤미선


셀프 리부트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하면서, 관계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까지 망설였다.

‘관계’란 광범위하고 어려운 주제라 이렇게 한 챕터 안에 담기에는 자칫 그 깊이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조금 더 전문적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삶의 코어’를 세운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많은 관계의 이론과 범위 중에서, 일상에서 바로 시도해 볼 수 있고, 삶의 리부트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부분만 추려서 풀어내보려 한다.



첫 번째. 자극과 반응 사이의 내 선택

우리는 매일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가족, 동료, 지인들, 낯선 사람들..

관계가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그중 하나는 그 관계가 내 안의 민감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일 때가 많다.

누구나 ‘존중’ 받기를 원하지만 사람마다 존중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이나 기준이 다르다. ‘존중’이라는 단어 한 마디는 소통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각각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나는 상대방이 ‘너무’ 사적인 질문을 던질 때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내가 그어 놓은 선을 상대방이 불쑥 넘어왔을 때의 불편함이다.

“회사 매출은 얼마나 돼요?”

“남편은 어느 회사 다녀요?”

“아니 피부에 뭐가 이렇게 많이 생겼어요?” (한창 트러블로 고생할 때, 많은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감정이 흔들린다. 며칠을 곱씹으며 당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질문 하나로 많은 시간 불편한 감정 속에서 지낸다. 하물며 상대는 그 일에 대해서 기억도 못하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예로, 내 남편은 ‘고마워’, ‘미안해’라는 인사 표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족이니까 굳이 말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지나친다면 남편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 반응도 다르다. 그래서 늘 평온한 관계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 이때 도움이 되는 건, 내가 받는 신호를 인지하는 일이다.

-신체적 신호 : 심장 두근거린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손에 땀이 난다.

-감정 신호 : 화가 난다, 불안해진다, 예민해진다.

-행동 신호 : 시선을 피한다, 목소리가 높아진다, 과한 반응이 나온다.

지금 내 감정을 흔드는 건 상대의 행동인가, 내 해석인가?

박재연 저자의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들은 상황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동적 생각을 강화해서 습관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며 대화한다고 말한다. 즉 인지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이때 나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자극과 자동적으로 나오는 반응 사이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자극에 의해 내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그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본다.

‘저 사람이 왜 내게 이렇게 깊숙한 질문을 하는 거야? 배려가 없는 사람이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 판단이다. 고착화된 신념에 의한 자동 반응이다.

판단을 멈추고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나에 대해 그런 것도 궁금해하는구나. 이건 좀 개인적인 얘기니까 답을 못하겠다고 말해야지.’

그 상황과 사람 자체를 판단이 아닌 글자 그대로 읽고,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만 선택하고 결정하면 된다. 말이 쉽지 매번은 어렵다. 그래도 한 번씩 성공할 때마다, 그 작은 선택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관계 리부트 전략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새로운 사람을 찾기보다 지금 내 관계망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생각은 여러 가지가 만나 복합적으로 떠다니다가 휩쓸려가기 때문에 글로 정리를 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닝페이지 쓰던 시절, 나는 가족부터 떠올리기 싫은 사람까지 모두 적어봤다. 막연했던 불편한 감정을 다시 글로 마주했을 때 또 다른 해석으로 바뀌었다. 꼭 상대의 잘못이 아닌 내 시선의 문제였던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란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으며, 관계는 입장 차이가 있다.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다시 반추해 보면 또 다른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을 통해서 내 에너지와 감정을 흔들고 있는 관계를 직면할 수도 있다. ‘아닐 거야’라고 넘기는 것이 아닌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 감정과 느낌에 솔직해져야 하는데 글이 그런 것을 가능하게 도와준다. 이때는 상대를 이해하려고만 하면 나만 힘들어질 수 있다. 나를 중심에 두고 그 관계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편하지 않다면 그것은 좋은 관계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나를 흔들게 하는 관계는 내가 멀리하거나 끊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관계 리부트이다. 뾰족하게 나를 찌르는 관계를 정리하면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인연을 채울 수 있다.
삐죽빼죽이 아닌 둥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갈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좋은 관계는 더 나은 나 자신과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관계를 제한하는 법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거리 두기 : 시간·공간적으로 접촉을 줄인다.

경계 세우기 : 그 얘기는 지금 하고 싶지 않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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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Out of sight, out of mind.

학생 시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싫어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유학을 가게 되었을 때 관계가 멀어지지 않길 바랐다. 결국 20년이 지난 지금 연락은 끊겼지만, 여전히 나는 이 문장이 완전히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과 글로벌 시대, 좋은 사람은 물리적 거리에 갇혀 있지 않다. 관계의 확장은 온라인을 타고 무한해질 수 있다. 학교 친구, 동네 친구만이 편하고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가끔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관계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나이도 마찬가지다. 나와 띠동갑 두 바퀴 많은 분과 트래킹 데이트도 해봤고, 나보다 열 살 아래 지인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며 각자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좋은 자극을 주고받는 관계로 내 주위를 채우면 분명 내 생각도, 내 삶도 달라진다.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관계에서 한 발 벗어나는 것이, 나를 새로운 생각과 경험으로 이끌 수 있다.

기억하자! 관계의 키는 결국 내가 쥐고 있다.


나는 현재 맺고 있는 관계에서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내가 실행할 관계 리부트 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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