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율이 만든 큰 변화

균형 있는 삶

by 디 마이너 윤미선


리부트(reboot), 말 그대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 리부트를 해야 할까? 도저히 현재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때, 오류가 가득 차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을 때다. 살다 보면 아무리 애쓰고 부지런히 움직여도 멈춰야 할 때가 찾아온다. 아니 오히려 앞만 보고 달려 나가서 방향이 더 빠르게 흐트러져서 돌아와야 하는 길이 멀어질 수도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성장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성취에 익숙해져 더 큰 자극과 목표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도전하고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더 부지런하지 못함에 자책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인정도 받고 영향력도 생기고 손에 쥐어지는 수익도 늘어났는데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쉼 보다는 일, 회복보다 성취를 선택했다. 더 바쁜 엄마, 더 바쁜 아내가 되어갔다.


어느 날 검진을 통해서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술을 해야 했고, 수술 당일 아침까지도 부지런히 일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 후에도 바로 일상으로 돌아와 변함없이 일하고 새로운 계획도 세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았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도, 몸의 경고도 무시한 채 앞으로만 나가려 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누군가의 입을 통해 시그널을 받았다.


“그만 내려놔. 지금은 쉬어야 해. 앞으로 갈 길이 멀잖아. 지금 내려놓지 않으면 몸이 더 크게 아플 수 있어. 부탁할게. 내려놔야 해.”


그 말이 내 안에서 리부트 스위치를 눌렀다.

그냥 내려놓기로 했다. 하던 일 멈추고 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이라는 어색함도 잠시, 쉰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삶의 일부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멈추고 내려놨더니 새로운 에너지가 천천히 올라왔다. 그동안 쥐어짜는 의지와는 달랐다. 몸 안에서 생동하는 새순 같은 느낌이었고 그 힘이 나를 움직였다. 마음 가는 데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보았다.

삶을 리부트 하면서 판을 새롭게 다시 짰다. 1순위는 내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으로 정했다. 몸을 잘 돌보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게 많은데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40대 초반의 나이에 경험으로 배웠다. 내 몸이 내게 알려준 가르침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그 마음처럼 매번 빠르게 달리기만 했었는데, 마침 참여 중인 모임에서 느리게 걷는 미션이 있었다. 천천히 걸었다. 발바닥, 종아리와 허벅지, 관절 등 각 부위의 움직임을 각각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새로운 통찰이 올라왔다. 달리기만 하면 놓치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것, 달리다가도 멈추고 천천히 가기도 해야 더 잘 챙겨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느리게 걷다가 어느 날 이제는 좀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랜만에 달렸더니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박동과 내뱉는 숨소리, 몸의 움직임 등 모든 게 조화로운 리듬처럼 느껴졌다. 숨이 차오를 때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지금 여기 내가 살아 있음을 내 몸이 증명해 주는 것 같았다. 함께 움직여주는 몸이 고마웠고 이러한 깨달음이 생긴 것에 울컥 눈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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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율의 힘

주위에 열심히 사는 사람 참 많다. 노력하고 해내는 모습이 참 멋지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번아웃’ 왔다는 사람도 많다. 끝없는 성장을 위해 계속 애쓰며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이제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잠시만 쉬어가자고, 그래도 된다고 말이다. 조금 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길이 아닌 곳으로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힘들고 지쳤다면 삶의 리부트를 권해본다. 리부트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조율에서 시작할 수 있다.


셀프 리부트를 통한 몇 가지 내 경험을 나눠본다.

휴대폰과 거리 두기

집에서 거실로 나올 땐 휴대폰을 방에 두었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나중엔 점점 익숙해졌다. 핸드폰에 붙잡히지 않자 나만의 고요와 가족과의 몰입이 돌아왔다. 그때 느낀 건 ‘자유’였다. 어딘가에 묶여있지 않고 생각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정말 강력했다.

삶에서 운동 먼저.

전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운동했다면 이젠 틈날 때마다 몸은 움직인다. 할 거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려다 보니 못하게 되는 날이 많았다. 이제는 운동 먼저 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려고 한다.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마음이 가벼워졌고, 여유와 즐거움도 훨씬 많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의 놀이 루틴

주말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늘렸다. 시간 정해 놓고 전투적이고 효율 따지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나였다.

매주 가족과 하는 루틴이 생겼다. 거실 한편에 동그란 통을 두고 각자 생각날 때마다 가족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색종이에 적어 넣는다. 주말이면 모든 색종이를 펼쳐서 질문하고 답한다. 최고의 질문을 뽑아 상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아이들이 제안한 ‘함께하는 게임’도 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껏 함께 즐기는 것, 이것이야 말로 자유하고 충만한 삶이 아닐까?



균형으로의 발걸음

몇 달 내내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바쁘고 힘들고 지쳤던 나날이었다. 며칠 전 멘토코치님과의 대화에서 깨달았다.

“어? 제가 그새 균형 있는 삶으로 한 발자국 나아간 것 같은데요?”

“한 발자국이 아니라 아주 많이 나아가셨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멈춤’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멈춘다고 무너지는 게 아니라, 멈춰야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삶은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매일의 작은 조율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앞으로도 나는 내 속도를 조절하며, 필요한 순간마다 나를 멈추고 조율하며 나아갈 것이다.



지금 내 삶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리부트 버튼은 무엇인가요?

오늘 당장 시도할 ‘작은 조율’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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