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배우는 인생공부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워킹맘이 어떻게 새로운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지?
도대체 어떤 모임을 들어가야 하는 거야?
불과 3년 전 내게 던졌던 질문이다. 당시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함께 영어 훈련 하다가 친해져 오프라인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온라인에서만 대화를 나누는 가벼운 만남도 있다.
그리고 줌 zoom을 통해서 대화할 기회도 많이 생겼다.
내게 줌 zoom은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다. 화면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것부터 불편했다. 그리고 낯을 매우 많이 가리는 내 성격도 한몫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고 여러 번 해보니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다. 첫 모임을 들어가도 예전만큼 어색한 마음은 없다.
얼마 전 처음으로 참여한 독서모임이 있었다. 토론은 1:1로 질문을 기반으로 이야기 나눈 후 다시 전체 모여서 생각 정리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책을 읽고 내가 준비한 질문을 했다.
"2024년 내가 뛰어넘어야 할 한계는 무엇인가요?"
함께 토론하던 선생님이 내 질문에 답을 하는 첫마디부터 울먹거리셨다.
"사실 제가 힘든 일이 있거든요. 그래서 불편한 마음인데 그래도 이런 모임을 참여하자고 생각했어요. 지금 저의 한계는 이거예요. 저는 한계를 넘으려고 여기에 들어왔어요."
울면서 이야기를 이어간 모습이 며칠이 지나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고 있지 않다.
내가 만약 정말 힘든 일이 생겼다면, 모든 모임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아니 못 들어갔을 거다. 불편한 마음과 표정을 남에게 비추는 것도 싫고, 어디 구석에 혼자 처박혀 저 아래로 떨어지고 있을게 뻔하다.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도 곧 울음 터질 만큼 힘든 감정으로 어떻게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 모임에 나왔을까?'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순간의 감정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앞서던 걸까, 아니면 내면의 강한 중심이 있어서일까.
모임에 들어온 이유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힐링받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들어오기까지는 힘들어도, 막상 대화 나누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기에 힘들게 모임을 참여한 거였다.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때로는 내 모든 것을 아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보다 관계는 없어도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게 더 편할 때가 있다.
나 또한 이 분의 한계를 넘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받았다. 내가 정한 한계를 생각하고 그 한계선을 지우기로 했다.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모임을 나는 이미 참여하고 있다.
어제는 또 다른 줌 수업이 있었다. 처음 보는 선생님과 1:1 한 시간 반동안 토론을 해야 했다. 미리 책을 읽고 만들어온 질문을 하며 서로 생각을 나눴다. 처음에는 한 시간 반을 어떻게 채우나 했다.
첫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공백이 없었다. 책 내용을 통해 개인 경험까지 술술이다. 서로의 답을 들으며 배우는 게 많았다. 질문은 서로 5개 정도밖에 못한 것 같은데 어느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마무리하면서 상대방이 내게 말했다.
"어디 사세요? 나보다 동생이지만 내가 배울 것도 있고 내가 알려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까지 만났던 분들 중에 가장 말이 잘 통하고 잘 맞는 느낌인데요? 전에는 잘 못 느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말도 잘 통하고 제가 배울게 많을 것 같아요."
서로 마음은 통하나 보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고,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에게 배우는 인생 공부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5년 후, 10년 후 내 꿈과 목표를 그렸다. 그리고 책상 앞에 적어 붙여두었다.
막연하지만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목표가 생기니 바쁜 워킹맘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내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인연도 알아가고 있다. 단지 그 인연이 스쳐 지나갈지라도 순간의 대화가 내게는 오래 남는다. 내 생각을 깊게 만들어 준다.
3년 전 막막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새로운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지금 내가 못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곧 찾아나갈 것이다.
** 그림출처 : pixa 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