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으로, 거의 다 왔다
출판사와 계약이 되면 작가가 할 일은 끝났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제목과 부제를 다시 여러 개 생각해서 보내주세요."
"목차는 최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시고, 글 내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수정해 주세요."
"본문에 오타나 오류 체크하시고 보완주세요."
여러 번의 보완 요청 메일을 받았다.
내가 계약한 출판사는 여러 번 보완작업을 거치는데, 작가가 해야만 하는 업무가 꽤 많았다.
'아니 이거 도대체 언제까지 하라는 거야?'
두세 번쯤 보완메일을 받았을 때,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언제 출간이 되는 건지 앞으로의 계획이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담당 편집자에게 연락하려고 메일을 보니, 개인메일도 아닌 대표메일이었고, 개인 연락처는 전혀 없었다.
직통 번호라도 눈에 띄었으면 바로 전화할 기세였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참아야만 했다.
참다못해, 궁금한 점을 쏟아낸 후 대표 메일로 보냈다.
다음 날, 편집자로부터 메일이 왔다.
메일을 열어보니,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없고 또다시 보완요청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초보 작가라고 무시하는 거야? 그래, 나 초보 작가인 거 인정!
그런데, 그래도 그렇지. 뭐가 어떻게 돼 가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냐?
우린 계약 관계라고.
서로 협력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공동 목표 아닌가?
혼자 울그락 불그락 화를 삭였다.
다음 날, 담당 편집자에게 카톡이 왔다.
그제야 카톡 연결이 된 것이다.
"작가님, 제가 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어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다.
출간 목표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역시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인가 보다.
출간 목표일과 일정을 알게 되니, 뿌옇게 보였던 앞 길이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원고 보완 작업이 즐거워졌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원고 보완에 집중했다.
출판사와의 작업 과정 속에서 나는 또 새로운 걸 배웠다.
원고가 예뻐지는 게 내 눈에 보였다.
어떻게 기획하고 가이드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출판사에 따라 책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계약한 출판사는 작가의 글을 뒤엎거나 큰 수정을 원하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를 존중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책의 기획의도가 더욱 명확해질 수 있도록 가이드해 주었다.
아무리 글을 많이 쓴다 해도, 책을 내고 안 내고의 큰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초보 작가이지만,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게 원고를 완성했다.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다.
책 제목이 정해졌고, 표지까지 선정되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내가 애썼던 시간과 노력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