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민규 May 23. 2022

각자의 시선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시선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진지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진지한 게 좋았다. 실없는 농담 따먹기보단 깊은 고민과 사유에서 나오는 대화가 좋았고 무언가에 열중하는 타인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킬링타임용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시간을 의미 없이 죽이는 일 같아서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장르가 코믹이더라도 그 속에 내가 느낄 수 있는 교훈이 들어있는 영화가 좋았다.


 친구는 닮는다고 그랬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여태 남아있는 녀석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났다 하면 서로 웃기려고 혈안이 되는 우리지만 결국 소주 한 잔과 함께 넘어가는 건 그동안 내뱉지 못해 쌓이고 엉킨 고민들이다. 적당한 취기와 함께 누구보다 진지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다 보면 당장 세계 3차 대전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심각했다가 다크 나이트 조커처럼 미친 듯이 웃다가 하는데 그 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그래서 난 진지한 게 좋다. 진지함 속에는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정겨운 진심이 들어있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시켜주는 열정이 들어있다. 뭐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텅 빈 껍데기 같다.

 그렇다고 내가 애늙은이처럼 고리타분한 사람은 아닌데 가끔은 감성충이라던가 진지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면 들었던 말을 곱씹는데 그 이유는 비난을 들어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걸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어쩐지 아쉬워져서다.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가볍게만 흘러가는 어떤 것들은 조금 씁쓸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반대로 단순하게 생각하거나 가볍게 행동하지 못하는 내가 미울 때도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어떠한 선택에 관해 쓸데없이 신중해져 좋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또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에서 괜스레 의미를 찾기도 한다.

 그래도 난 내가 좋다. 뭐든 뒤집어보면 어두운 면은 존재하기에 좋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또 일종의 불편함은 재미가 되기도 하니까 살아가는데 어떤 모양으로 나에게 즐거움을 줄지 모르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달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