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브런치 문화

캐나다 빅토리아 섬 John's Place에서 브런치를 먹은 날

by 조선아 SSunalife

캐나다 브리티쉬 콜럼비아 (BC 주) 수도 빅토리아 섬에 있는 John's Place라는 레스토랑은 무려 30년이 넘게 운영되어오고 있는데 이 레스토랑은 빵이든 뭐든 처음부터 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다고 한다. 빅토리아에서는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 아니면 늦은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이 드문데 John's Place는 주중에는 아침과 점심을 그리고 주말에는 브런치 메뉴를 추가한다.

John's Place Restaurant 주소: 723 Pandora Ave. Victoria, BC Canada

그다지 크지 않은 이 식당은 주로 스포츠에 관련한 사진들과 물건들 그리고 이 식당을 방문했던 유명인들 싸인이 있는 사진들이 사방에 걸려있다. 수많은 사진들이 이 식당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 세련됨보다는 오래되고 친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주문을 한 후에 음식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는 것도 나름 새로운 경험이 될 듯하다.


캐나다의 국토 면적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고 한국보다도 100배나 크다. 나라가 크다 보니 말이 캐나다 국내이지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행하는 비행시간이 6-7시간이나 걸리는 곳도 있다. 딸아이가 캐나다 동부 퀘벡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다 근무지가 바뀌어 내가 살고 있는 서부 BC주 빅토리아로 작년에 오게 되었다. 2020년 작년에는 코비드-19 때문에 가까이 있어도 자주 보지 못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세상이 조금 더 안전해지자 나는 딸아이를 보러 빅토리아를 자주 방문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딸아이와 나는 주말을 함께 보낼 기회가 있으면 구글을 뒤져서 브런치를 제공하는 평이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 여유로운 아침 겸 점심을 즐기곤 한다.

John's Place는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 브런치 메뉴 하나와 음료수 그리고 팁 (18%, 보통은 15%를 주었으나 코비드로 인해 모두가 힘들 테니 서로 돕는다는 마음으로 팁을 더 주게 된다. 캐나다에서는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게 되는 곳에서는 팁을 10%-20% 주는 문화이다)을 다 합해서 일인당 25불 정도였다. 그러나 브런치 메뉴가 거창하지 않은데도 가격은 웬만한 저녁식사 한 끼 값 하는 비싼 곳도 많이 있다. 캐나다 이민 생활이 올해로 27년이 되어가고 이 사회에서 많은 것을 좋아하고 누리고 편리하게 생활하지만 나는 식당에서 오래 기다리는 문화만큼은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건 없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인지. 배가 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만나는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아무튼 나는 가급적 예약을 미리 하거나 아니면 복잡한 시간을 피해서 좀 일찍 먹거나 늦게 먹어서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하려고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내가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때는 내 배가 절묘하게도 보채질 않아서 기다리거나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너그러워진다. 오늘 우리는 밖에서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리다 들어갔다. 그런데도 나는 딸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소중해서 그저 즐겁기만 했다.


우리 모녀가 기회가 될 때마다 브런치를 즐기는 이유는 이른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내게 좀 이른 점심 겸 늦은 아침식사가 훨씬 입맛을 나게 만들고 또 딸아이와 함께 작은 사치를 누려보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1994년생 스물일곱의 딸아이에게 브런치는 이곳 캐나다 밀레니엄 세대가 즐기는 트렌드 중에 하나란다. 딸아이는 주말 점심시간보다는 브런치 모임이 더 자연스럽다 한다. 주중의 끝인 금요일 저녁 술을 마시거나 늦게 자는 경우 토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그런 문화가 어느 날부터 트렌드가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날 같은 (한국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라 하지만 캐나다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어머니날 Mother's day는 5월 두 번째 주 일요일이고 아버지의 날 Father's day는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다) 특별한 날에는 많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스페셜로 브런치 뷔페를 준비하기도 한다.


브런치에 대한 유래는 여러 주장들이 있는데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아침 사냥을 끝낸 후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즐겼던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오늘날 브런치를 유행시킨 것은 미국이다라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브런치에 대한 검색 관심도가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미국에서도 브런치는 뉴욕 맨해튼의 상류층 여성들이 즐겼다고 한다. 브런치의 대표적 요리는 에그 베네딕트 (eggs benedict)이다. 잉글리시 머핀에 갈색이 된 양파 볶음 (일명 양파 소테 soute onions라고 하는), 토마토, 베이컨이나 훈제 연어가 들어가고 그 위에 달걀흰자만 살짝 익힌 수란이 나온다. 내게는 그다지 별로인데 딸아이는 유독 이 메뉴를 좋아한다. 그래서 딸아이는 어느 도시.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 상관없이 브런치로 이 메뉴를 자주 시키고 나는 항상 다른 메뉴를 선택한다. 베네틱트는 보통 두 개가 나온다. 주문한 각자의 음식이 나오면 딸아이는 내 메뉴 음식은 어떠냐 묻는다. "한 번 먹어볼래?" 로 시작하여 우린 서로의 음식을 사이좋게 반씩 나눠 먹는다. 나는 이 베네딕트를 자주 먹을 만큼 좋아하지는 않으나 결국 꼭 한 개씩 먹게 될 때가 다반사다.


구글을 해보니 한국도 브런치가 인기가 많아서 맛집처럼 다양한 메뉴들이 소개되고 있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브런치 잘한다는 곳에서 작은 사치를 여유롭게 누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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