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티타임

아이들과 내 취미를 공유하는 방법

by Layla

아직 네 번째 생일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티타임을 즐긴다.

몇 번의 인고의 시간(?) 끝에 즐기게 된 티타임.


주말 오전 아이들이 기분이 좋은 날만 가능하고, 주로 마시는 차는 보이차. 특히 숙차.


차를 좋아해서 마시기 시작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몇 년간 살았던 언니가 한국에 와서 언니네 집에 놀러 가면 마시곤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찻잎을 받았고, 고이 모셔두던 찻잎은 쌀쌀한 날, 추운 날 꺼내서 머그컵에 잎 넣고 물 따라서 마신 게 시작이었다.


한자는 까막눈이라 찻잎 모양을 보고 보이차 구나 생각을 하면서 마시곤 한다. 그마저도 고르는데 실패하긴 해서 보이차일 때도 백차 일 때도 있다. 물론 둘은 다른 매력이 있어 예상과 다른 걸 마셔도 충분히 즐겁긴 하지만.


차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차를 마시는 시간 자체를 어느 순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항상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는 나에게 조금 여유를 줄 수 있는 시간.

특히 찻잔을 꺼내 마시면, 차를 내리는 행동, 향을 맡고 홀짝홀짝 한두 번 마시고 나면 또 잔에 따라야 하고, 그러다 보면 금세 개완이 비워져서 뜨거운 물을 또다시 찻잎이 담긴 주전자에 넣고 우려야 한다. 반복하는 행위에서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던 머리도 비워지고, 과식으로 더부룩했던 속도 편안해진다.


마음에 여유랄까. 평온이랄까 혹은 안정인가

이제까지 있던 고민의 시간들이 무색해진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니, 다른 길이 보인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다지 시간 쓰지 않아도 되었을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고 있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함께 시간을 나누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기쁨도 느낄 수가 있어서 좋다. 작은 손으로 차를 따르는 귀여움도 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카페사장님과 손님의 역할놀이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차를 마시는 시간이 좋다. 나중에 다 큰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이 좋은 시간이었기를. 곧 돌아오는 주말에도 한번 더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