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부터 제가 사는 곳 공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by 연우맘

<자~ 지금부터 제가 사는 곳 공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공주에 있는 한 대학교에 다녔기에 그렇게 낯선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30년 이상을 대전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이곳 공주로 와서 지금까지 쭉 정착하여 살고 있습니다.


공주로 이사 가는 게 결정될 때는 너무 싫었습니다. 큰 마트도 없고 아이가 다닐 유치원이나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시설이 없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대전도 노잼 도시라지만 공주에 비하면 완전 대도시거든요. 마지막으로 엄마랑 같은 동네가 아닌 게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그래도 공주에 처음 왔으니 셋이서 유명 관광지를 주말마다 다녔습니다.


당연히 공주 하면 무령왕릉을 가봐야겠죠? 그런데 한여름에 무령왕릉에 간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늘도 거의 없고 어딜 둘러봐도 동그란 무덤 동산밖에 없었으니까요.


무령왕릉 그 옆에는 공주한옥마을과 국립공주박물관이 있습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비하면 아파트 한 동 정도 되는 아주 소규모의 마을입니다. 해가 지고 난 후에 갔었는데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었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도 제 인상에는 누구나 다아는 무령왕의 전시가 전부인 거 같아서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경주나 서울에 가면 박물관이 특별해 보이고 꼭 가야 하는 필수 코스인데 막상 동네 옆에 있으니 별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무령왕릉에서 차로 5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황새바위성지>가 있습니다. 여기는 그나마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이곳에서부터 공주에 대한 제 마음이 슬슬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비밀의 정원처럼 잔디나 나무가 아름답게 조경되어 있었습니다. 높이 올라가면 공주시 전경도 잘 들어옵니다. 그런데 더 높이서 보고 싶다면 바로 옆에 있는 공산성에 올라가시면 되겠습니다.


<공산성>! 이곳이 무령왕릉보다 좋다고 자부합니다. 이곳은 유적지이자 산책로, 운동길, 그리고 저에게는 마음수련 길입니다. 길이 여러 갈래로 있고 둘이서, 여럿이서 또는 혼자 걷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다이어트 좀 하고 싶으시면 계단이 가파르게 있는 코스를 선택하시고요(참고로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가셔야 하고, 쉬려고 숨 한 번 고르실 때 오른쪽을 보시면 캬~! 금강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혼자서 사색하며 걷고 싶으시면 성벽 쪽을 따라서 걸으세요. 내 발걸음 위에는 키 큰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주고, BGM은 나뭇잎들의 바람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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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작년 2023년부터였을 거예요. 제가 공주살이를 즐기기로 마음먹은 게요.


공주에 터 잡은 지도 5년이 훌쩍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살기에 바빠서 마음 붙일 여력이 없었는데 딸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마음에도 안정이 오니 전에는 눈에 안 들어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공주, 어디까지가 해봤니?>라는 계획하에 공주에 있는 많은 것을 누려보고 체험해 본 것도 작년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문화, 공연, 전시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데요. 그 기회를 공주시가 많이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진작에 친해질 걸 그랬어요.


공주는 옛 대백제의 후손답게 문화 예술에 진심인 도시입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공주문예회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보려면 20~30만 원 내야 하지만 여기 문예회관은 비싸야 2~3만 원에도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관람은 작년 12월에 열린 <파리나무 십자가 공연, 베토벤 환희의 송가>공연 이었습니다. 특히 파리나무 십자가 공연은 티켓팅이 너무 어려워서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겨우 성공해 본 공연이라 더 남달랐고 연말에 값진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행복했습니다.


<백제 문화제>도 1년마다 열립니다. 혹시 한 번도 안 와보셨다면 이번에 꼭 오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아! 금강의 야경을 꼭 보고 가세요. 연등이 금강 위를 수놓고 그때는 간이다리가 설치돼서 건널 수도 있어요! 문화제 전후로 해서 금강 옆에 흐르는 제민천 거리에서는 음악 공연이나 벼룩시장 등의 장터도 열려요. 눈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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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주 중에서도 요 <제민천> 근처의 동네가 핫해요. 왜냐하면 밤을 주인공으로 한 카페나 베이커리가 많거든요. 공주하면 밤! 밤하면 공주잖아요? 축제 기간에는 줄이 어찌나 긴지 오픈런 하셔야 겨우 맛볼 수 있을 정도랍니다.


공주 <중동>에는 작은 갤러리, 공방 거리가 있는데요. 그곳에서 여러 전시가 있으니 그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코스에 넣길 바랍니다. 각각의 작은 미술관을 다니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데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해 드려요. 그럼 혼자서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거든요. 작년에 저는 갤러리 수리치를 시작으로 8개 정도의 작은 미술관을 팜플렛에 안내된 순서대로 다니며 르누아르 그리고 관련된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독특한 경험을 했습니다. 혼자 다니며 그림을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하여 저도 모르게 멍하니 오랜 시간 동안 앉아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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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나니 제가 사는 공주가 사랑스럽고 더 자세히 보아야 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골목길>이 공주시에 있다는 것을 아세요? 왜 아시잖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곳에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정착하고 있는 동안에는 관심을 더 많이 가지려 합니다. 누가 알아요? 조만간 제가 공주 홍보대사가 되어있을지도….


여러분도 지금 살고 계신 곳을 둘러보세요. 자세히 보세요. 감춰진 보물 같은 곳이 여러분의 눈 속에 예쁘게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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