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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May 28. 2024

신나는 줄넘기 후 아이스아메리카노

정오가 되기 한참 전인데도 태양 빛이 꽤 뜨겁다. 아이들의 이마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숨을 헐떡인다. 그런데도 멈추질 않는다. 줄넘기.

한 반에 학생들이 25명 정도라면 20명은 40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뜀박질한다. 오늘은 개인 줄넘기를 한 후 짝과 마주 보고 서서 줄 하나를 가지고 뛰기 연습을 했다. 같이 뛰어서 줄이 걸리지 않으려면 둘의 호흡이 중요하다. 나는 옆에서 하나! 하나! 구령을 맞추거나 꼬마야, 꼬마야, 노래를 천천히 불러준다. 그럼 자기들끼리 몇 번 연습하고 5~6번 걸리지 않고 넘는다.

이게 성공하면 그다음 미션으로 넘어간다.

6명 정도가 옆으로 쭉 일렬로 서있고 그 앞에 제일 잘하는 1명이 마주 보고 선 다음 옆으로 이동해 가면서 앞에 서 있는 친구와 한 명 한 명씩 넘는다. 처음부터 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열심히 한다. 몇 분 뒤 “선생님, 저희 성공했어요. 한번 봐주세요.”라며 선생님이 봐주기를 바라고 은근히 자랑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보는 눈을 의식해서인지 아쉽게 줄에 걸렸다. 그래도 잘했다, 괜찮다, 칭찬해 준다.

     

각반에 줄넘기 잘하는 아이가 꼭 1명씩은 있다. 유심히 보면 탁구공보다 가볍게 뛴다. 발은 나란히 놓지 않고  앞뒤로 약간 벌리고서 뛴다. 선생인 나는 절대 직접 시범을 보이지 않는다. 옆에서 구령만 큰소리로 넣어준다든지 잘한다고 칭찬만 소리 높여 해준다. 목소리로는 혼자 줄넘기 다 한다. 그래도 옆에서 추임새를 해주면 아이들은 더 으쌰! 으쌰! 한다.

한때는 나도 줄넘기 꽤 잘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줄넘기를 했었다. 처음에는 2번도 연속으로 못 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100개는 중간에 걸리지 않고 한꺼번에 뛸 수 있었다. 줄넘기를 하면 가슴이나 엉덩이가 처질까 걱정이었는데 어느 날은 샤워하다가 살이 얼마나 빠졌나 뒤쪽을 더듬더듬 만져봤다. 허벅다리 위쯤에 있어야 할 엉덩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얘네들이 허리 쪽으로 승천해버렸다. 그리고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사이즈가 줄어들었고 단단해졌다. 그 후로 줄넘기를 맹신하게 되었다. 이건 10년 전 얘기고 그때 줄넘기로 뺀 살을 다시 찌우지 않고 그럭저럭 잘 유지 중이다.


비싸지 않은 줄넘기 하나 사서 하면 꽤 괜찮은 운동이다. 무릎관절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의사가 아니라서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관절염을 극복한 환자들은 집에만 있지 않고 소소하게 등산한다던가 걷기, 뛰기 등 수술도 하지 않고 운동으로 극복한 경우가 꽤 있다.

학생들에게 줄넘기를 하면 어디에 좋을까? 질문하니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초딩도 잘 알고 있다. 꼭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고 줄넘기가 아니더라도 이런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을 한 개쯤 일상에서 하면 좋을 것이다.

나 스스로는 꽤 만족했고 학생들도(재밌었겠지?) 즐거운 줄넘기 후, 아이스아메리카노 쭉 한잔 들이켠다.

자 이제 다음 수업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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