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맘 May 29. 2024

돈 벌기 참 힘들다 생각이 들면 커피는 그만큼 진하게

유독 돈 벌기 참 힘들다 생각이 들 때 커피를 더 진하게 마신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모닝빵 먹고 난 뒤 설거짓거리들, 바닥에 떨어진 딸아이 머리카락, 옷만 쓰윽 입고 바닥에 떨어진 옷걸이들….

엄마인 나는 이 전쟁터의 잔해를 처리하고 출근을 한다. 퇴근 후에 해도 되지만 일 끝나고 집 현관문을 먼저 열고 들어오는 건 나다. 이 처참한 광경을 보고 들어오긴 싫다. 깨끗한 펜션에 체크인하고 들어오고 싶다.

설거지하고 밀대로 머리카락 싹 훔친 후 이불을 한번 턴다. 그리고 로청을 돌린다. 저녁에 먹을 쌀을 씻어두고 반찬거리 뭐 있나 냉장고 한번 열어본 후 이제 서야 내 준비를 한다. 8시에는 출발해야 하니까 남은 시간 10분! 어제 자기 전에 상상 속 코디를 해뒀는데 막상 입어보니 영 아니다. 만만한 청바지 그리고 검은색 티와 스트라이프 가디건을 주섬주섬 입으니 남은 시간 5분. 이제 화장할 시간이다. 운동장 수업이 있으니 선크림 덕지덕지 바르면 변신 끝이다.

보일러 잘 껐나 이방 저방 점검하니 이제 정말 나가야 할 때다. 복장이 끝내 맘에 안 들었으나 이제는 튀어 나가야 한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니 하늘도 깨끗하고 아침이라 바람도 시원하다. 아침에 오늘 써야 할 에너지 반은 썼다. 참 힘들다. 돈 벌기 참 어렵다.  25분 되는 출근길을 걸어가면서 브런치 글도 읽고 오늘 할 일도 머릿속에 정리해 본다. 가는 길에 만나는 환경미화원 선생님들, 학교 앞 횡단보도 시니어 봉사자님들, 일찍부터 카페 문 열고 손님맞이 하는 알바생들. 모두들 돈 벌기 참 힘들겠다고 생각하며 걸어간다. 나만 고생하는 게 아냐... 오늘은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 걱정에 고민을 하니 어느새 도착했다. 빨리 카누 2봉 진하게 수혈하고 수업 준비 해야겠다.      

수업 준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태블릿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딸아이의 선생님들이 어떻게 수업하시나 들어볼 때가 있다.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에게 재밌는 수업을 위해서 준비한 게 한둘이 아니다. 가끔은 남자 선생님이 공주처럼 드레스를 입는다든지 수업 중간에 학생들이 보내온 쪽지의 미션을 수행한다. 춤을 추기도 하고 성대모사는 기본이다. 화면 밖 학생들에게 졸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저 선생님들도 돈 벌기 참 힘들겠다 생각이 든다.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찍고 또 찍고 하신단다. 심지어 지금이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강의 녹화 중이고 밥도 아직 못 먹고 커피 마시며 잠 깨고 촬영 중이라고 한다. 저 선생님들은 유명 1타 강사니 그만큼 수입이 많겠지만 그 자리에 서기까지 치열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일타는 못되지만 수타면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니 나를 기다리는 Home! Sweet home! 손발도 제대로 못 씻고 하루 돈 벌고 무사히 살아 돌아온 나를 위해 오랜만에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마셔야겠다. 오늘은 샷추가! 투샷이다.

정성스러운 커피 한 잔과 소중한 식사로 나를 귀하게 대접한다. 고생했다. 나 자신!

매거진의 이전글 신나는 줄넘기 후 아이스아메리카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