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만 힘들고, 어른들만 지치고, 어른들이 제일 바쁘고, 피곤하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치는 한마디다.
"○○야, 하루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지쳤어?그래도 우리 오늘 힘내자, 하이 파이브!"
아침에 더 자고 싶을 법도 한데 기특하게 일어나서 학교에 걸어오고 3층까지 제 교실 찾아서 온다. 오자마자 아침 활동해야 하지, 받아쓰기도 하고, 색종이 접는 시간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접어야 한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화장실도 몰려서 같이 가줘야 하고, 아프다는 친구 보건실 가는 길 부축 해주기도 한다. 또 점심시간에는 1층까지 긴 줄 서서 내려가 숟가락, 젓가락 고사리 같은 손에 들고 거기에다 국에 밥에 무거워진 식판 들고 넘어질까 조심, 부딪힐까 또 조심해야 한다. 국 넘칠까 봐 식판 보랴, 앞길 보랴 정신없을 것이다.
진짜 너희 바빴겠다. 토닥토닥 해줘야겠다. 지금쯤 아침에 한소리가 아니라 백 소리 듣고 간 5학년 부회장님 딸아이도 바쁘겠지. 친구들과 노는 것도 어른들의 사회생활, 직장생활처럼 중요할 텐데 인정해줘야 하겠다.
운동장에서 슈팅 연습이 끝나고 학생들과 교실로 가는데 한 학생이
“1시간 한 저도 힘든데 선생님은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
아니! 이게 초딩 2학년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순간 울컥, 감동, 놀람에 입을 가리고 박장대소했다.
너의 말이 피로 다 잊게 해줬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해줬다.
유독 교사의 말과 행동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다. 화장을 평소보다 좀 더 한 날이면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너무 하얗다고 깜짝 놀라는 아이들도 있고, 수업 시간에 언성을 높이면 오늘따라 선생님 소리가 더 크다고 무슨 일 있냐고 걱정을 하는 학생도 있다. 반 친구들이 떠들어 수업 진행이 안 되면 선생님인 내 눈치를 보며 같은 반 친구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진정시킨다. 또 내가 복도를 지나가면 준비물 들어준다고 구름처럼 몰려온다. 저 멀리서 달려와 나에게 와락 안기는 학생도 있다. 강한 터치에 놀람도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포옹이다. 게임 끝이다. 모두들 슬기롭게 학교생활 잘하고 있고 사회생활의 테크닉이 장난 아니다.
“오구오구!”
학교라는 곳은 참 신기한 곳이다. 어른과 아이가 섞여 있다. 아이가 어른 되고, 어른이 아이에게서 배우는 곳.
서로 협동을 잘해야겠다.
배달 놀이 수업(협동 학습)에서 물티슈를 초고속 로켓 배송(오직 발로만!)으로 나르고 있는 학생들! -복근 힘이 생기는 건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