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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27. 2024

낮잠

소파가 나를 부르네


팔자가 늘어졌나 보다. 살기 편해졌나 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면 좋을 것을 그새도 못 참고  '게으르게 살면 안 되는데...' 자책이란 놈이 파고 들어온다.
학교에 출근하면서 매일, 주말에도 오전 5시에 일어나서 11시 정도에 눕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요즘 깨어 있는 내내 졸리고, 어디 소파에 기대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심지어 요가학원에 가서도 매트에 앉아 수업 시작 전까지 곯아떨어질 듯 눈에 잠이 가득하다.

커피도 소용없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자고 싶었던 낮잠이었는데(자가진단-불면증 환자)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졸리니 이상하기도 하고 내가 아닌 거 같아 낯설다. 어제도 방학이 시작된 첫날- 나 혼자 밀린 집청소 하다가  딸아이 하교할 시간까지 짬이 생겨서 소파에 벌러덩 누웠는데 내 콧소리도 슬며시 들리면서 낮잠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입도 벌리고 잤다!)
긴 시간도 아니라 대략 20~30분 정도였는데 상쾌했고 꿀맛이었다. 이맛을 더 느끼고 싶었으나 따님이 오셨다.



짧게 자면 좋다고 하나 한번 맛을 본 낮잠은 마약과도 같아 소파만 보면 벌렁벌렁 눕고 싶어졌다. 특히 식사후나 운동, 집청소를 하고 샤워 후에 더그랬다.


뭐라고 손가락 질  사람 하나도 없는데  낮잠을 자는 건 왠지 시간낭비, 할 일 없는 사람이나 하는 것, 잉여인간, 시간이나 축내고 있는 것 같은 죄의식이 파고들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거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그 중요한 시기에 잠을 제일 많이 잤다. 그놈에 잠 때문에 원하던 점수가 안 나온 것 같아 잠이 원수 같았고 10시도 안 돼서 졸리면 미쳤다고 나를 꾸짖었다. 남들 잘 시간에 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치고 졸린 눈 뻐끔거리며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그런다고 점수가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공부할 나이도 아니고, 시험 볼 이유도 없지만 눕지 못한다. 특히 딸아이 앞에서는 낮잠은 상상도 못 하고 꼿꼿하게 앉아서 책이든 뭐든 하는 척을 보여준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그제야 누워있거나 낮잠을 잔다. 늘어져 자는 엄마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고, 엄마가 누워있으면 옆에서 공부하는 아이도 따라 자고 싶을게 분명하다.



낮잠에 대한 나의 시선은 아직 곱지만은 않다. 밤에 충분히 숙면하고 낮에는 최대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 글도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 메모장에 쓰고 있고 쿠션에 붙어있는 등은 떨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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