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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19. 2024

2024 파리 올림픽은 못 가도 교실 안 올림픽

마지막 종목이 줄넘기? 마라탕??

다음 주면 내가 더 기다려왔던 여름방학이다. 슬슬 세계교과서도 마무리되어 가는데 비가 와서 운동장에 못 나가는 아이들은 몸이 더 근질근질하다.

세계교과서에서 여러 나라의 국기도 배우고 전통 놀이도 배웠으니 마무리 활동으로 올림픽이 딱 맞겠다 생각이 들었다. 사실 관심이 없고 몰랐는 데 곧 있으면 파리 올림픽도 시작이다. (7.26~8.11.)

유튜브 체육 선생님들을 여럿 검색해 보니 이미 교실 올림픽으로 여러 종목을 수업해서 올린 영상이 많았다.

먼저 구호를 외쳤다.

올림픽 정신! 하나. 질서/ 하나. 인정/ 하나. 안전


그리고 분단 별 대표가 나와 가위바위보를 한 뒤 나라를 고르게 했다. 이긴 학생이 먼저 한국팀을 하겠다고 하자 같은 팀 학생들이 “대~~ 한민국!” 외치며 환호한다. 그래서 상대편 학생에게 너는 어느 나라를 정해서 한국을 이길 거냐고 묻자 일본이라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일본 소속이 된 선수 중 한 명이 자기는 일본이 싫다며 울면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정말 황당하고 속으로 웃겨 죽는 줄 알았지만 겨우 진정시키고 40분만 일본팀 하라고 했다.

내가 정한 종목은 1. 농구 2. 창던지기 3. 레슬링 4. 멀리뛰기 5. 야구 등으로 대략 정하고 반 특성에 맞게 조금씩 달리했다.

실내화 농구

좁은 교실에서 하는 올림픽이라 공을 사용하기도 위험하고 부상자가 속출할까 봐 못 한다. 농구는 바구니를 적당한 위치에 놓고 실내화를 반쯤 발에 걸친 뒤 골인시키기로 변형했다. 나부터 시범을 보였지만 될 리 만무하다. 누구도 골을 못 넣은 채 창던지기로 넘어갔다.


학생들은 창던지기라는 종목을 몰랐다. 그래서 검색으로 이미지를 보여주니 위험해 보인다는 학생반, 남학생들은 벌써 연필을 집어던지려 했다.

“안전!”

내가 준비한 창은 빨대였다. 빨대 구멍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서 아무리 힘껏 던져도 오히려 잘못 던지면 출발선보다 아래에 떨어져 학생들은 또 한 번 배꼽 빠지게 웃었다.      

빨대 창던지기

레슬링도 씨름 비슷하게 할 수 있지만 일어서서 한쪽 손만 사용해 팔씨름하듯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상대편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지기로 했다. 준결승, 결승으로 갈수록 학생들은 온몸을 바쳐서 시합했다.

초등 2학년이지만 자존심을 걸고 자신이 다니는 태권도, 합기도 띠를 말하며 기싸움이 팽팽했다.

보는 나까지도 손에 땀이 날듯 말 듯!

팔씨름 레슬링


한 박자 쉬어가기 위해 중간에 번외로 풍선 불기를 했는데 함정은 잘 불리지 않는 풍선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얼굴이 뻘게져서 풍선을 부는데 앉아서 응원하는 친구들은 답답하다는 듯 풍선도 못 부냐면서 야유를 보냈다.

  “질서!”

풍선 누가 더 크게 부나

그중에는 그 작은 풍선을 크게 불어내는 학생이 반에 1~2명이 있었는데 공통점은 아침밥을 먹고 왔다는 것이었다. 역시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다음 경기!


이 경기 저 경기 거치며 마지막 경기를 할 차례가 왔다.

“얘들아,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는 뭐죠? 항상 올림픽은 이 경기로 끝이 납니다.”

확신의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고 서로 대답하겠다고 난리다.

“줄넘기요.”

“네? 아닙니다.”

“피구요.”

“네?? 피구 아니고요.”

줄다리기, 야구, 농구, 수영…. 알고 있는 모든 스포츠 종목을 대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친구가 달리기! 대답하길래 달리기의 한 종류입니다!라고 하니 100미터 달리기, 장애물 달리기 이어달리기, 2인3각 달리기 또 샛길로 빠지기 시작한다.

초성 힌트를 주기 위해서 칠판에 'ㅁㄹㅌ'을 써줬다.

“저요! 마라탕!?”

답을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다는 듯 답을 한 학생들과 다 같이 배꼽 붙잡고 한바탕 웃었다. 마라톤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걸 모를 줄은 나도 몰랐다. 마라톤이 어떤 경기인지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 선생님도 곧 9월에 공주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고 자랑을 끝으로 교실 올림픽은 마무리되었다.


같은 경기를 1~7반 까지 일주일 내내 무한 반복할 걸 생각하니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들었는데, 반마다 에피소드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열광해 줘서 진행하는 내가 더 재밌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떤 반에서는 일본이 이겼고 다른 반에서는 한국이 이겼다. 누구 때문에 이겼다, 졌다 뒷말이 많았지만,


 “인정! 경기는 경기일뿐 끝나면 끝!”


그래도 다음 주면 진짜 올림픽 시작이야(여름방학도 함께!). 이번에는 한 팀이 되어서 열심히 우리나라 응원하자!

제자리 멀리 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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