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해냈다. 앞으로 또 도전하기로 골인지점에 들어서면서 굳게 다짐했다. 달리면서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과거에 실수하고 잘못했던 일, 어제도 오늘도 후회할 걸 알면서 했던 일, 하지 않았던 일, 코앞으로 다가온 여러가지 일도 많은데 난 지금 왜 달리고 있는지, 달릴 시간에 다른 걸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달리면서도 이게 맞는지 그른지…. 머릿속은 달리는 발만큼이나 무거웠다.
결론은 달리기 <잘했다>이다. 결승선에 통과하는 순간 난 태어나서 가장 기뻤고, 입이 찢어지게 웃은 날이 바로 이날이었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내가 태어난 날도, 내 아이가 태어난 날도 이만큼 기쁘진 않았던 거 같다. 그만큼 나는 기쁨과 감동을 잘 표현할 줄 몰라 이 글을 쓸까 말까도 고민을 많이 했다. 내 충만한 벅참과 뿌듯함을 글자로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주 마라톤에서 10km 완주! 1위는 당연히 아닙니다!
겨우 10km 완주한 게 뭐 별거냐 할 수 있지만 나에겐 특별하게 대단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로를 한 걸음 두 걸음 더 힘차게 뛰어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달아준 큰 이벤트였다.
주말 아침 여러 가지 핑곗거리가 많았지만 거의 1년 동안을 달리러 나갔다. 마라톤 직전 2달은 직접 금강공원을 10km씩 달렸다. 겨우 50m 달리고 헉헉거리는 자신에 실망도 하고,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쳐서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우울해하며 집으로 돌아가 온종일 소파에 누워서 잠만 자버린 날도 있었다. 주중에는 직장 일과 요가로 다리에 무리가 왔는지 종아리와 발목이 땅땅하게 붓고, 코끼리 다리가 되어버려 극약처방이라도 내리려는 듯 운동화도 비싼 걸로 다시 바꾸고 압박밴드, 괄사로 피멍이 들도록 연신 문질러 대고, 혈행 개선제 등의 약까지 마구 사들여 이러면 경기 당일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 그때까지만 참자고 마음을 달랬다. 가족들은 운동하는 내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착하는 나를 꾸중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 바깥으로 나갔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달리기밖에 없었다. 내 마음도 통제가 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마저 이래라저래라 할 수가 없었다. 다리가 아파도, 몸이 피곤해서 어느 날은 병원에 강제 입원해 쉬고 싶어도 달리고 나면 개운해지는 중독적인 마법에 빠져서 나도 모르게 또 신발 끈을 고쳐 신었다.
마라톤을 뛸 때는 멀리 보면 지친다. 특히 오르막길에서는 더 그렇다. 그냥 몇 보 정도 앞에 시선을 두고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 무게 중심을 맞추는 것이다.
인생의 내리막길은 어찌 보면 당황스럽고 슬플지 모르나, 달리 보면 마라톤에서처럼 가볍고 빠르게 나아갈 그런 절호의 기회이다. 40대 중반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아직도 내 앞엔 오르막길 가파른 길, 자갈밭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길이 나왔을 때 크게 당황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나는 해낸 사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주문을 외울 것이다. 나 자신에 더 집중하고 온전히 나의 마음이 원하는 길을 선택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평화로운 그런 마라톤 길을 오래 그리고 길게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