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불편함에 대해
기안84는 사회적으로 여러 논란을 만드는 인기 웹툰 작가이다. 이런 기안이 이번에도 큰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그의 작품인 복학왕에서 젊은 여성 인턴이 상사에게 성관계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받은 듯한 장면이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로 인해서 대중은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가 출연하는 방송에서의 하차를 요구하고, 수많은 기자들은 그의 잘못을 분석하는 기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정말 그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의 잘못을 하고도 뻔뻔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걸까?
문제가 된 장면은 젊은 여성 인턴이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본인의 배 위에 올려놓은 키조개를 송곳으로 찌르는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그 회식 이후에 능력이 부족했던 인턴인 그녀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사람들은 여성을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본인의 성도 상납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렸으며, 이는 왜곡된 여성관과 여성 혐오의 표현이라 주장하며 기안84를 비난한다. 얼핏 보면 그들의 주장은 전혀 틀린 게 없어 보인다.
기안의 논란과 그들의 비판을 보며, 박완서 작가의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에 지문으로 짧게 읽었던 그 소설에서는 가난을 경험하기 위해서 판자촌으로 유학 온 부잣집 남자와, 연탄 반 장을 아끼기 위해서 그와 동거를 하는 여성이 나온다. 수많은 돈을 받고 자신의 성을 판 것도 아니고, 단지 하루하루 쓸 연탄 반 장을 위해서, 낯선 남자와 동거를 하는 여성의 삶의 절박함과, 그런 절박함마저 커리어로 배워야 하는 부자 남자의 모습을 대비하면서,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어린 나에게도 큰 충격과 함께 뇌리에 남았다. 이러한 소설을 쓴 박완서 작가는 '여성이란 연탄 반 장에도 본인의 성을 파는 존재'라는 잘못된 성 인식을 갖고 있는 여성 혐오 작가였을까? 아니면 독자들에게 불편함을 일으키는 소설적 장치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그녀를 여성 혐오를 이슈화 하여 소설을 파는 여성 작가로 기억하는가? 아니면 그대 사회의 모습과 문제를 비판한 훌륭한 여성 작가로 기억하는가?
나는 그 장면이 실제 성상납을 비유한 컷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그런 장면을 넣은 의도는, 현대 여성을 비하하기 위함만일까? 사람의 가치가 능력으로만 평가받으며, 인정받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 조차 얻을 수 있는 현대의 경쟁주의와 인간의 자원화를 풍자한 것은 아닐까? 혹은 그렇게라도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가난한 젊은 세대와, 그런 젊은 세대의 능력과 성을 상납받으며 우위에 올라오 있는 여유 있는 윗 세대의 갈등을 풍자한 것은 아닐까? 또는 여성의 외모와 성 또한 하나의 자산으로 판매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풍자한 것은 아닐까?
실제 기안84가 의도한 목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하나로도 그의 작품은 가치를 갖는다. 오히려 재미를 위해서만 소비되는 웹툰에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더 대단하다 생각할 수 있다. 작가는 대중이 원하는 세상만 그려내는 포르노 그래퍼가 아니라, 대중이 불편해하는 메시지를 던지며 각성을 촉구할 수 있는 지식인이다. 그러한 창작 영역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지 의문이 든다. 나는 우리가 창작물에 대해 비판을 하되 용납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만드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