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되지 않은 파일

by 소운

죽음 이후 나는 거대한 기록 보관소에서 눈을 떴다

여기에는 누구의 이름도 얼굴도 없었다

다만 수많은 파일과 번호, 분류표만이 질서 있게 쌓여 있었다


나는 내 이름을 찾으려 했으나

이곳에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단지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사건은 단지 데이터로 남아 있었다


“2003년, 한 번의 울음.”

“2017년, 건네지 못한 인사.”

“2022년, 끝내 지우지 못한 말.”


그 기록을 관리하는 자가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손길로 폴더를 옮기고

쓸모없는 데이터에는 검은 도장을 찍었다

나는 묻고 싶었다


“이 모든게 결국 폐기되는가?”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곧 답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죽음이란 영혼의 고향이 아니라

모든 흔적이 분류되고 삭제되는 과정임을

나는 하나의 폴더로 묶여

머지않아 ‘불필요’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사후세계는 지옥도 천국도 아니었다

그곳은 단지 방대한 보관소

그리고 끝내 사라지는 데이터의 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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