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진 극장에 앉아 있었다
객석은 비어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조명들은 꺼진 채 먼지만 쌓여 있었다
나는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 위에 막이 오르기를
혹은 스크린이 켜지기를
그러나 막은 끝내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스크린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장면을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낯선 얼굴 같았지만 곧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장면 속 인물은 모두 내가 주인공이었다
유년의 내가 뛰어다니고
젊은 내가 웃고
늙은 내가 울고 있었다
나는 객석에서 그 모든 장면을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내 삶을 연기하는 것처럼
소리를 내고 싶었다
무언가 멈추라고, 다시 돌려 달라고
아니면 그냥 대답하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크린 안의 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 앉아 있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영은 끝나지 않았다
장면은 반복되었고
때로는 잘린 채 이어졌다
나는 늘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있었고
그 틈마다 어둠이 파고들었다
극장은 차갑게 고여 있었다
객석은 여전히 비어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관객도 상영을 멈출 안내자도 없었다
불쌍하게도 영화는 엔딩을 가지지 못했다
음악도 자막도 불빛도 없었다
그저 내 삶의 조각들이 불완전하게 이어지며
끝없는 재생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유일한 관객으로 앉아 있었다
박수도 퇴장도 허락하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