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린 지도

by 소운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체온을 따라 낯선 길을 헤매는 여행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내 손끝에 닿은 당신의 온도는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남쪽 나라의 낯선 바람 같았습니다. 나는 그 따스함이 신기해 자꾸만 당신의 소매 끝을 만지작거렸고, 당신은 나의 서늘한 손마디를 보며 북쪽 끝 얼어붙은 호수를 떠올렸다고 했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각자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서로 다른 기후를 합쳐 하나의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내가 너무 뜨겁게 타올라 당신의 숲을 태우려 할 떄면, 당신은 서늘한 비가 되어 내 열기를 식혀주었습니다. 반대로 당신의 세상이 차갑게 얼어붙어 아무도 발 들이지 못할 때, 나는 내 몸을 태워 당신의 발등 아래 작은 온돌이 되어주었습니다.

지도는 늘 정교하지 못해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합니다. 미지근한 오해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날이면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불신하며 각자의 계절로 숨어버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곳은 서로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가장 가까운 거리, 서로의 숨결이 섞여 비로소 36.5의 평화가 찾아오는 그 지점이었습니다.

이제 내 손바닥에는 당신의 온도가 지문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굳이 보지 않아도, 굳이 만지지 않아도 내 안의 나침반은 늘 당신이라는 따뜻한 방위를 가리킵니다. 세상이 영하의 온도로 우리를 밀어내도, 우리가 함께 그린 이 온도의 지도만 있다면 어디든 춥지 않은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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