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없는 추락

by 소운

차가운 물이 목을 잠그듯

숨은 조용히 꺼졌다


피부 위로 감각이 하나씩 사라졌다

먼저 온기가

그다음 무게가

마지막으로 방향이


몸은 남아 있었지만

나는 점점 비어갔다


소리 없는 낙하

끝없이 가라앉는 감각

바닥도 하늘도 없는 추락


죽음은 그렇게

내가 가진 모든 좌표를 지워나갔다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시계는 멈췄고

심장은 그 시계를 따라

천천히 속삭이다 사라졌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닌데

빛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둠조차도 남지 않았고

남은 것은 빛과 어둠 사이의 빈 여백뿐이었다


소리 또한 하나씩 꺼져갔다

먼저 발걸음

그다음 바람

마지막으로 내 이름

세상은 점점 무음의 세계로 침잠했다


나는 내 안에서 비워져 가며 깨달았다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가 먼저 하나씩 닫혀가는 것임을


좌표는 소멸했고 방향은 무너졌다

그러나 공백은 여전히 나를 감쌌다


죽음은 무언가로의 도착이 아니었다

그저 끝없이 지워지고 끝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거대한 삭제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삭제의 공백 속에 오래도록 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프로토타입 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