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by 소운

당신이 머문 담벼락 아래

나는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람 한 줄기에도 떨리던

내 마음의 끝자락을 붙들고

조심스레 조심스레

당신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어쩌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는 줄기를 뻗고 또 뻗었습니다


그대여

나는 오늘도 능소화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붉게 조용히 오래 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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