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겨울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가장자리가 하얗게 얼어있고,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마저 차갑게 느껴집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발끝이 얼어붙는 듯하고, 바람은 얼굴을 스치는 대신 깊게 베어냅니다. 오늘 하루 종일 눈이 내렸어요. 흩날리는 눈송이가 소리 없이 쌓이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마저 멈춘 것처럼 고요해집니다.
그런데 당신이 있는 곳은 지금 여름이라 들었습니다. 태양이 이글거리고, 해변에서는 파도가 부서지며 웃음소리를 삼키고, 밤이 되어도 공기가 미지근하게 남아 창문을 활짝 열어도 덥다고 하겠죠. 저는 이곳에서 손난로를 꼭 쥐고, 당신을 그곳에서 얼음이 가득 든 컵을 쥐고 있겠군요. 우리는 같은 날에 살지만, 서로 다른 온도의 세상에 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보내는 이 차가운 숨결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혹시 그 여름의 더위를 잠시 식혀줄 수 있을까요. 반대로 그대의 뜨거운 햇살이 내 겨울을 조금 덥혀줄 수 있을까요. 계절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주고 받는 편지는 늘 같은 시각을 통과합니다. 당신이 웃고 있을 시간에 나는 눈을 바라보고, 내가 잠든 시간에 그대는 아침을 맞이 하겠죠.
언젠가 우리의 계절이 나란히 설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때는 이 편지를 굳이 먼 계절로 보내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