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서 가장이 되었다.
“오늘 변호사랑 계약했어.”
30살이 되었다.
굴곡진 삶이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만 같았다.
29살, 여름이 다 지나고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질 무렵.
친정아버지를 마음에 묻었다.
그리고 30살, 남편이 변호사랑 계약했다고 한다.
파산 전문 변호사랑.
남편은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사람이다.
10년이 넘도록 사업을 해왔고,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더라도 벌어먹고 사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그런 남편이 파산 변호사와 계약을 했다고 하니,
30살이 되자마자 참 아이러니한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싶었다.
남편은 개인 파산까지 진행이 될 것이라고 했고, 그렇게 나는 갑자기 가장이 되었다.
일을 하고 있느냐 누군가 묻는다면 ‘아니다’라는 선택지 밖에 없다.
육아 때문에 경단녀도 아니고, 경없녀, 즉 ‘경력이 없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아마 1~2년 정도 회사 근무를 했었으나, 결혼과 출산 모두 빨랐기 때문에 경력을 제대로 쌓지를 못했다.
임신과 출산 모두 27살이었으니, 치열하게 일하여 몸값을 올려야 하는 시기에 사회와 단절이 된 것이다.
파산 얘기를 들을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사실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단순한 설거지 조차 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일단’ 견뎌야 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이기 이전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학원이 있던 오늘, 울렁거리는 속을 참아내며 이번 달까지만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기관 외에 아이의 사교육을 딱 2가지, 몬테소리와 책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었지만 오늘 가장 먼저 그만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디즈니플러스의 구독도 해지했다.
여전히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견뎌야 하는 시간을 버텨내기로 했다.
단단한 남편이라 우리는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30살, 파산으로 시작된 엄마에서 가장이 된 이야기.
버티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