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작년부터 사주가 궁금해져서 두어 번 사주카페에 다녀왔다.
홍대에서는 내가 직장 다닐 확률 50%, 사업할 확률 50%라고 했다. 직장을 다녀도 좋고 사업을 해도 좋다고.
나는 사업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직장을 어떻게든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한 직장에서 근속기간이 짧은 편에 속하는 근로자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사업을 할 수는 없지. 그나마 해본 이력서 작성과 면접이 낫지. 아무렴.
선릉에서는 나더러 그냥 직장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한 직장 오래 다닐 사주가 못된다고, 계속 옮겨다니라고 했다. 그래도 된다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려면 에너지를 나눠 쓸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에너지를 나눠 쓸 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초반에 와앙- 해서 빵 터트려놓고 조금 다니고 그 약빨이 얕아질 때쯤 다시 옮겨 다니고 하는 게 더 낫다고.
그리고 어제 압구정에서 또 사주를 보고 왔다. 전체적인 풀이를 다시 들어봤자일 것 같아서 25년 운세를 봐달라고 했다. 처음 한 말은 "공부 잘했을 사준데."였다. "아뇨? 저 공부 못했는데요." "아닌데, 이 사주는 머리가 좋아서 공부 무조건 잘했을 건데." 쩝. 아쉽게 됐다. 그러면서 ~사로 끝나는 전문직을 해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주라고 했다. 교육 쪽이나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어서 교사가 딱이라고 하는데 이미 늦었어요 선생님.
아차, 갑자기 문득 중학생 때 친구랑 보러 갔던 사주가 생각났다. 거기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말로 먹고살 수 있는 ~사로 끝나는 직업을 가지라고. 그땐 앞날이 창창하고 직업이라곤 아는 게 적어서 '오, 나 변호사 되려나'했었다는 안타까운 회상.
아무튼,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청소년 지도사였다. 거기에 꿈이 있었고, 그래서 20대를 다 바쳐 일했다. 근데 이것도 ~사로 끝나는 전문직 아니야? 그럼 나는 그 첫 직장에서 계약직을 전전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텼어야 했나.(절레절레)
사주에서 말하는 오행 중 내 사주에는 목(木)이 없다. 내 지난 시간들의 연도에도 목의 기운을 넣어줄 해가 없었다. 그래서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계속 경쟁해야 했을 거고, 소위말해 빡셌을 거라고. 그 말에 헛웃음이 났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10대, 20대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꽤 인생이 빡셌다. 열심히 살았고 꽤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손에 쥔 게 없다고 느껴져 더 허무했다.
근데 올해부터는 목의 기운이 들어온다고 한다. 을사년 어쩌고... 내가 알아듣고 기억하기 힘든 한자말들은 다 휘발되고 아무튼 목의 기운이 40년간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전보다는 나을 거고 더 좋아질 거라고. 아무튼 4~5월 안에는 취업할 거라고 했다. 근데 지금은 기운이 들어오고 있는 때라 아무튼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지쳐서 그만하면 결과가 없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아니 취업될 때까지 이력서 쓰는 거면 어쨌든 기우제 드리는 거랑 뭐라 다르냐고'하고 생각했지만 뱉지 않고 삼켰다. 하하.
나는 병화의 사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금의 기운을 깔고 있는데 현실적이라 돈이 없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근데요 선생님. 저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잘 쓰지 않고 모으는 게 기본값이 된 사람이라 그냥 그 정도 돈은 늘 걱정하면서 모아놓는 사람이라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쩝. 아! 엄마 아빠 얘기를 하니까, 경제적으로 부모덕을 봤을 거라고 해서 "음.. 엄청 가난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덕을 보진 않았는데요..?"라고 했더니 나중에 물려받을 것도 포함이라고 했다. 내가 아는 한 그것도 없을 것 같긴 한데... 쩝.
생각해 보면 사주풀이는 다양한데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대로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몇 번의 사주해석에서 나한테 남은 건 병화, 목의 기운이 없다, 취업이 될 거다.라는 것만 남아 있는 것처럼.
하여튼 믿는 건 내 마음이고, 그래서 어떻게 행동할지 정하는 것도 결국에는 다 내 몫. 그래서 새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했다. 그리고 돈을 지불해서 광고 집행을 시도해 봤다. 이제 막 해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시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콘텐츠들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마케터로 직무변환을 생각했었다. 마케터로 돈벌이를 하려면 수치를 읽어내고 전략을 짜려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트캠프를 알아봤다. 시간도 시간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만 여러 번 하고 결국엔 창을 다 닫았다. 창을 닫으며 마케터로 직무 변환의 생각도 닫았다.
나는 그냥 내 걸 더 잘 알리기 위해 이것저것을 시도해볼까 한다. 결국 이 시도의 시작이 새해 운수를 보기 위한 사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게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나는 사주풀이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뭐, 앞서 말했듯 결국 이것도 자기 해석의 영역이겠지만.
뭐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거다. 내가 취업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여러 번의 이력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처럼. 광고 집행비도 꽤 쓰고, 콘텐츠도 잘 뽑아내봐야겠지. 아무튼 나는 콘텐츠를 잘 뽑는 건 N의 성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극 S만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도 있긴 하겠지 뭐. (사주에 MBTI까지 들먹이고 있으니 뭔가 미신을 맹신하는 사람이 된 것 같네. 쩝)
아무튼, 결국엔 시도하고 자주 실패하다 가끔 성공하고 그럴 테지만 포기하지 않고 반복할 수 있길 바란다. 냄비성향을 가진 내가 꾸준함을 바라듯이.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고 행동하자.